입력 : 2024.03.18 07:30
[땅집고] “강남구 역삼2동은 ‘모아타운’ 결사 반대한다!”, “강남구 양재2동, 일원동도 반대한다!”
이달 6일 서울시청 앞,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광진·강동·마포 등 서울 12개동 주민 500여명이 모여 모아타운 정비사업 진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상가·단독·다가구주택 등을 보유 중인데, 모아타운 사업 때문에 재산권이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입을 모았다.
모아타운이란 2022년 1월 오세훈 시장이 정책 도입한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이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빌라촌 등 노후 저층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중층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형태다. 모아타운 구역으로 지정되면 서울시가 정비사업 수립, 추진위원회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절차를 생략해주기 때문에 2~4년 정도면 새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86곳이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런데 서울 곳곳 모아타운 구역마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가 터져나와 눈길을 끈다. 대체 이유가 뭘까.
■모아타운 사업, 원주민은 반대하는데 투자자만 찬성해
주민들은 서울시가 모아타운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신청 요건 문턱을 낮게 설정하는 바람에, 외부 투기세력이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돼 재산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모아타운 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을 30%만 넘기고 노후도는 50%만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당초 자치구 공모나 주민제안으로 신청해야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신청을 수시로 받도록 전환했다. 즉 과반수가 반대하더라도 일부 주민이 뜻을 모아 일단 서울시에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언제라도 전달하면 해당 구역이 정비사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진입한 투자자들이 모여 모아타운 사업을 신청한 뒤,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떠나는 식의 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것이 원주민들 설명이다. 심지어 강남구의 한 신축 빌라를 분양사무실에서는 수분양자를 찾는 동시에 빌라를 철거하자는 모아타운 동의서를 함께 받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빌라나 꼬마빌딩 등 노후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원주민들은 오히려 모아타운 사업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정작 원주민들은 모아타운 사업을 원하지 않는데, 투자자들의 찬성 비율이 높아 강제수용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 특히 월세 수입액이 큰 강남3구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실제로 모아타운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지난해 광진구청 설문 결과 자양4동에선 거주민 75%가 모아타운에 반대했던 반면, 외지 소유자 77%가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주민 반대나 투기 우려 있다면 모아타운에서 제외할 것”
오세훈표 사업인 모아타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도 입장을 냈다.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잡음이나 투기가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이라면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하지 않겠다는 것.
이달 7일 서울시는 "지난해 수시공모로 전환한 이후 공모요건을 갖춰 신청하더라도 주민 갈등과 투기 우려가 큰 지역, 사업 실현성이 떨어지는 경우 대상지 선정위원회 심의시 선정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칙을 고수해 나갈 방침"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더해 "구역 전체를 전면 철거하는 재개발과 달리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더라도 행위 제한이 없어 사업을 강제할 수 없다"며 "토지 등 소유자 수의 80% 이상, 토지면적의 3분의 2이상 동의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주민 갈등과 투기 우려가 강하다는 이유로 강남구 삼성2동·개포4동·역삼2동, 서초구 반포1동, 마포구 합정동 등을 모아타운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더불어 모아타운과 관련해 투기 관련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고발 등 강력한 대응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처음에 건축 기획 잘못하면 예상치도 못한 수억원이 줄줄 샐 수도 있어요! 자산 가치 높이는 건축하고 싶다면? ☞땅집고M
▶2050년엔 노인 인구가 40%? 초고령화로 실버 주거시설이 뜬다! 시니어 하우징 개발 ☞땅집고M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