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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대료 1억' 청담동 명품거리의 몰락…공실률 17%로 치솟아

    입력 : 2024.03.15 10:38


    [땅집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세입자를 찾고 있는 한 건물. /김서경 기자

    [땅집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인근 기아차 전시장 옆의 한 건물. 압구정로 대로변에 위치한 3층짜리 건물 외벽엔 임대문의 현수막이 크게 붙어있습니다. 연면적 274㎡ 총 83평짜리 건물인데요.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비어 있습니다. 바로 뒤편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담사거리 방면으로 50m 정도 떨어진 건물도 썰렁합니다. 1층에는 55년만에 감사세일을 한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습니다. 이 건물은 바로 옆에 샤넬 매장이 있지만 공실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골목 안쪽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거리에 접해 있어 목이 좋은 건물에서도 ‘임대’라는 안내문이 내걸려있습니다. 건물이 통으로 임대 매물로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공실 폭탄인 신사동 가로수길에 이어 청담동 명품거리에서도 통임대 매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땅집고] 청담동 명품거리 위치.


    ■ 55년만에 첫 감사 세일…‘청담동 명품거리’에 무슨 일이?

    압구정로데오역부터 청담사거리 사이는 갤러리아백화점,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이 많아 ‘청담동 명품 거리’로 불립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건물을 제외하면 공실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일대에선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계약기간을 못 채우는 점포가 더욱 늘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땅집고]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

    한국부동산원(중대형 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3.4%에서 4분기 17.9%로 대폭 뛰었습니다. 강남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서울(8.4%)평균보다도 10% 이상 높습니다. (강남은 7.8%)

    ■ ‘부촌’ 청담동, 높은 임대료·건물주 특성·경쟁지 등장으로 썰렁~

    청담동 상가 공실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높은 임대료가 꼽힙니다. 청담동 상가 월 임대료는 면적과 보증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이 최소 수천만원대입니다. 과거 한 골프 브랜드(타이틀리스트)가 입점했던 5층짜리 건물 통임대 매물 가격은 보증금 20억원, 월세 1억원에 나왔습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시세가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강남을 비롯한 다른 상권보다 임대료는 두 배 가까이 비쌉니다. 명품거리에서 한 블럭 들어간 곳에 있는 한 전용면적 380㎡짜리 1층 상가는 보증금 6억원, 월세 4600만원입니다. 권리금도 없습니다. 사거리에 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테라스와 주차장까지 갖췄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공실이 쏟아지는데도 임대료는 여전히 초고가입니다.
    [땅집고] 압구정로데오역 사거리. 이곳부터 청담사거리 사이는 '청담동 명품거리'로 불린다. /김서경 기자

    게다가 청담동 건물주의 성향도 상권 공실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병원이나 미용실처럼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업종보다는 명품 브랜드나 갤러리 등과 같은 특정 업종만을 임차로 선호한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있어도 계약까지 이뤄지지는 못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청담동은 고객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해외 브랜드가 그 나라에 진입하기 위해 ‘깃발’을 꽂는 모델하우스 전시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럭셔리라는 느낌이 주는 폐쇄성 때문인지, 청담동은 대중들이 모여들기 쉬운 구조도 아닙니다.

    청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청담동의 특성은 임대료를 가지고 하시는 게 아니라서 여유들이 있는 분들이라 제한업종이 많고, 공실로 놔둬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다”며 청담동 공실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땅집고] 2023년 11월 버버리는 최근 로즈,보틀,슈즈 총 3곳의 성수 팝업스토어를 성수 연무장길에 오픈했다. 매장이 매우 협소한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있었다. /박기람 기자

    ■ 청담동의 미래는?

    게다가 최근 청담동을 지키던 엔터테인먼트·패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압구정이나 신흥상권인 성수동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청담동을 지키던 명품 브랜드도 하나 둘 떠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올은 청담동 뿐 아니라 성수동에서도 브랜드 공간을 운영 중이고, 까르띠에도 성수동에 단독 매장을 열 예정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담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임대료 과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최근에는 (브랜드나 기업) 노출 빈도도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백화점이 폐업할 정도인데, 특정 거리가 영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청담동 메인 거리 건물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공실이 나도 명품 브랜드가 아니면 안 받는다는 암묵적인 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초고가 임대료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나 압구정로데오나 성수동 등이 급부상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명품거리의 위상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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