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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입주까지 15년? 7년 만에 끝" 강남 '첫 디에이치' 조합장 전략

    입력 : 2024.03.12 14:17

    [헌집새집-초스피드 재건축 비밀 ①] “조합 내분·시공사 분쟁 없는 재건축 비결은…” | 장영수 강남 디에이치아너힐즈 재건축 조합장

    [땅집고]장영수 디에이치아너힐즈 조합장.

    [땅집고] 재건축 재개발에서는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리 해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오늘은 난이도 극상으로 불리는 강남 재건축을 완성시킨 조합장님을 모셔봤습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장영수 조합장입니다. 장 조합장님은 대우엔지니어링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상무를 지냈는데요. 건국대 부동산학과 석사와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 박사 과정을 밟은 건설·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이하 일문일답>




    - 사업 속도를 굉장히 빨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속도를 빨리 진행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고요. 또 하나는 전체적인 사업의 맥을 잘 잡아야죠.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관에서 도저히 인정해 줄 수 없는 것들을 된다고 생각하고 밀고 나가다가 잘 안된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자면 A구역은 현행법으로나 그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35층 이상이 전혀 안 되는 곳이었는데 49층으로 추진하겠다고 설계까지 한 겁니다.

    이건 법으로나 인허가 적으로나 안 되는 거거든요. 실질적으로 사업의 맥을 잘못 잡은 거죠. 관청에서 요구하는 거를 일정 정도 수용을 해야 합니다. 끝까지 수용을 안 하겠다고 해버리면 인허가권자는 인허가를 안 내주죠. 사업이 지연되는 겁니다. 조합도 붕괴할 수 있어요.”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단지. /조선DB

    -요즘 비대위 분쟁도 심각한데요. 조합장님께서는 어떻게 비대위를 아울러서 재건축을 진행하신건가요?

    “비대위 부분은 사실 제가 말할 자격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저희 조합에는 비대위라는 게 구성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저희 단지는 전체적으로 사업이 워낙에 단기간에 진행이 됐어요. 그렇다 보니까 조합 내부에 어떤 잡음을 낼 소지를 주지 않았죠.”

    -재건축 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제가 2012년도 3월에 추진위원장으로 와서 9개월 후에 조합을 설립했어요. 조합 설립 후 6년 7개월 후에 입주를 한거죠. 총 기간이 7년이 좀 안 됩니다. 그렇다고 속도만 빨라서는 안 됩니다. 방향이 정확해야 합니다. 속도 빨리하려고 액셀레이터만 밟으면 어디로 갈지 모르잖아요. 정확하게 목표 지점을 정해놓은 다음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추진하는 거죠.

    재건축의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중에서 이제 정비구역 지정이 제일 중요해요. 정비구역 지정이 돼야 그다음부터 설계 건축 심의 등 후속 절차를 진행 하니까요. 좀 무식한 표현으로는 ‘정비구역 지정이 끝나면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뜯어 버려라. 엑셀레이터만 갖고 가라’고 조언합니다. 조합장의 시선은 준공하는 그 시점에 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단계가 어떠하더라도 조합장이 이 단지가 어떤 모습으로 준공할 건지를 그려나가야 흔들림이 없습니다. ”

    -조합이 시공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할까요?

    “사실 최근 2년 동안 이루어졌던 재건축 현장에서의 시공사 문제는 조금 별건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국내 인력 조달 어려움, 자재비 인상 등으로 급격한 공사비 상승이 있었잖아요.

    (이 부분을 차치하고 본다면) 시공사하고 조합은 모든 게 계약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시공사하고 조합이 분쟁이 없으려면 계약서부터 잘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은 계약서로부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현장에서 시공비가 1000억원이었는데 1500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해볼게요. 이건 계약서에 더 달라고 할 수 있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시공사가 인상 요청을 한 거거든요. 근데 애초에 계약서에 그런 문구가 없었다면 시공사가 그런 요구를 할 수가 없죠.”

    -건설사 등과 비교하면 조합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조합장이 계약서를 잘 쓸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첫 번째 방법을 제시하자면, 우선 조합장 스스로가 정확하게 잘 알면 제일 좋습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을 경우엔, 그걸 잘할 수 있는 누군가를 선정을 하든지 도움을 받아서 진행해야 겠죠. 저 같은 경우는 국제 계약서까지 포함해 모든 계약을 다 꿰고 있었습니다.

    시공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다음에 발주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되는지. 이런 부분을 꿰고 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었는데요. 재건축에 종사하고 있는 조합장 분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만일 조합장 스스로 꼼꼼하게 따지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섭외 하거나 용역을 줘서 사업을 진행해야겠죠.”

    -조합장이 꼭 갖춰야 할 덕목을 세 가지 정도로 꼽아주신다면요?

    “일단 제일 중요한 거는 이 재건축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꿰뚫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되겠죠. 그러니까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다음은 추진력이 있어야 합니다. 인사이트는 가지고 사업을 꿰뚫고 있는데 추진력이 없으면 사업은 못 갑니다. 마지막으로는 도덕성이죠. 조합장은 청렴해야 사업에 문제가 없습니다. 괜히 허튼 데에 눈을 돌리면 안 됩니다. ”

    -지금 만약 조합장님이 조합을 이끌고 있는데 공사비 갈등이 일어났다면 타개할 방법이 있나요?

    “일단 계약서를 우선적으로 봅니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더 요청을 하면 그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확인해야 되겠죠. 보통은 5%, 10% 등 규정이 있는데요. 과거 한 5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 계약서를 작성하거든요.

    근데 지금처럼 물가 상승률이 30%, 50% 오른 부분은 당연히 포함이 안 돼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상황이 발생할때에 따라 협상을 해야 합니다. 최근 한 2년 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은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던 사람이더라도 계약할 당시에는 예측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불가항력 내지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그런 수준이었던 건 사실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적ㆍ법률적으로 접근해 가면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정리=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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