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01 07:30 | 수정 : 2024.03.01 08:25
[땅집고] “영종도에 사업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허다합니다. 자기부상열차도 마찬가지죠. 혈세 4500억원 들여놓고 관광열차행이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꼴입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
수출을 목표로 혈세 4500억원이 들어간 인천 대표 애물단지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지난 2022년 휴업선언 이후 철거 위기에 놓였었으나 올해 상반기 관광용 열차로 운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종점인 용유역은 입구가 통제된 채 휑한 모습이었는데요. 자기부상열차 운행 당시 설치됐던 안내판도 녹슬어가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철거를 피해 다행스럽게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인천국제공항 자기 부상철도는 지난 2016년 2월 공식 개통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내부 교통센터에서 용유동 관광단지까지 6.1㎞ 구간, 6개 정거장을 이동하는 노선인데요. 자기 부상 방식으로 열차가 오가기 때문에 기존 철도에 비해 분진과 소음이 거의 없고 속도도 기존 철도를 상회하는 ‘신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세계에서 2번째, 국내 최초 도입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자기부상열차 사업 비용으로는 차량개발비와 건설비를 포함해 약 4500억원이 투입됐는데요. 정부가 3500여억원, 인천공항과 인천시가 각각 790억원과 190억원을 부담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수요 예측에 처참히 실패하며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시는 일 평균 6만8000여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22년 기준으로 일 평균 승객은 273명에 그쳤습니다.
적자는 무려 연간 100억원.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 개통 6년 만에 운영을 중단하게 됩니다.
자기부상열차 워터파크역으로 가보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워터파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종도 개발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워터파크 없는 워터파크역이 된 겁니다.목표로 했던 기술 수출도 단 1건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수출은커녕 국내에서 자기부상철도 방식을 도입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는데요.
자기부상열차의 부품 내구연한은 20년 수준. 그런데 지난해 부품 생산 공장이 모두 폐업해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애초에 장기적 운행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영종도 커뮤니티에서는 "사람 없는 곳에 설치해두고 안 타니 철거하자는 게 말이 되냐", "공항으로 출근하던 사람에게 웬 날벼락이냐" 등의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자기부상열차를 궤도시설(관광열차)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 절차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운행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 오로지 '효율성'만을 내세운 조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자기부상열차는 기존 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을 적용 받고 있었는데요. 궤도운송법 적용을 받는 관광열차로 전환할 경우 공항공사가 운행시간이나 운행간격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지관리 비용을 35% 줄이고, 운영시간을 대폭 단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철도안전법보다 안전관리 항목수도 줄게 됩니다. 관리감독 주체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인천시 중구로 바뀌게 됩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관광열차로 전환한다면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풍경을 개발해야하는 것 아니냐. 지금 다 흙바닥 뿐인데 누가 찾아오겠냐"며 "인천공항과 파라다이스 호텔 셔틀 역할 밖에 안될 것 같다. 인천시도 인천공항공사도 '탁상행정'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영종도 발전 전망에서도 다소 아쉬운 조치입니다. 애초 자기부상열차는 사업 초기에 영종도 전체를 도는 순환 노선 계획까지 나왔었는데요. 관광열차로 전환되게 되면 해당 구상도 물거품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4500억 애물단지가 된 자기부상열차. 지자체는 이를 교훈삼아 사업성을 높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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