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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주도 못하고 통공매행" 송영길 '누구나집' 1096가구 PF대출 못 갚아

    입력 : 2024.02.29 07:30

    [땅집고] 인천 중구 운북동에 들어선 영종 베네스트 위홈 마레. 지난해 10월 준공했으나 입주를 하지 못하고 정문은 출입이 막혀있다. 시행사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아파트 1096가구는 공매로 넘어갔다./박기홍 기자

    [땅집고] 인천 중구 영종도 미단시티에 들어선 ‘누구나집’이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누구나집은 10%의 지분만으로 10년 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살다가 ‘최초의 확정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임대후분양 주택이다.

    시행사는 대출 금융사 단체인 대주단에 해당 사업 PF 대출금 280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공매로 넘어갔다. PF 만기일은 지난해 11월 23일이다. 이후 6차례 만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결국 아파트 전체가 공매에 부쳐졌다.

    이 단지는 영종구 운분동 A8블록에 들어선 ‘영종 베네스트 위홈 골든마레’다. 9개동 총 1096가구로 전용 84㎡ 단일 평형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추진한 ‘누구나집’ 프로젝트로 지어진 아파트다. 누구나 집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공약으로도 채택됐다.

    [땅집고] 공매 공고문에 올라온 '영종 베네스트 위홈 포레'. 감정가는 5001억원으로 다음달 4일부터 입찰이 시작된다.

    영종 베네스트 위홈 골든마레는 무주택자인 개인이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집값의 10%를 낸 이후 10년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최초 공급가로 분양받는 방식이다. 즉 3억5000만원로 책정된 분양가의 10%인 3500만원만 내면 입주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2017년 분양을 시작해 3년에 걸쳐 완판됐다. 분양 당시 저렴한 가격으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가져갈 수 있다고 홍보해 관심을 모았다.

    협동조합 가입자는 집값의 10%를 내면 의무 임대 기간 종료 후 분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주택 소유주는 아니다. 협동조합이 있지만 사업 주체는 시행사다.

    이 단지는 2021년 착공했고, 지난해 10월 준공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PF 대출금이 부실채권이 되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시행사는 28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입주 예정자들에게 계약 조건을 3억1500만원 단일 전세안으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분양가에서 계약금을 뺀 금액이다. 시행사 측은 최초 계약 내용과는 다르지만, 전세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345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대출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는 전세금의 20%만 납부하면 나머지 전세금은 대출을 받아 입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입주예정자들로 꾸려진 조합 측은 반발이 크다. 하루 아침에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 A씨는 “미단시티 누구나집을 계약한 사람 중 자금이 넉넉한 사람도 없고, 갑자기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파트가 다 지어져도 입주를 못한 데다, 공매까지 넘어가게 돼 황당할 뿐이다”고 했다.

    조합 측은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합 측은 시행사의 상환계획에 반발해 대주단에 또 다른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단 측은 시행사와 조합 간 상환 계획이 엇갈리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땅집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누구나집’ 추진 지자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애초 누구나집 사업이 손실을 볼 확률이 큰 프로젝트라 건설사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누구나집은 사업비 조달 방식에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사업 구조”라며 “협동조합 방식의 전형적인 문제인 자금 조달, 부지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금리가 높아지면 좌초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땅집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1월 대선 후보 시절에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누구나집 정책으로 내집마련 꿈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페이스북 캡처

    누구나집의 설계자는 김모 씨로 알려졌다. 김 씨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다. 김 씨는 2012년 당시 인천시장이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누구나집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된 지 한 달 뒤인 2021년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인천 외 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에도 1만785가구에 이르는 ‘누구나집5.0’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누구나집 사업도 멈췄다.

    실제로 누구나집 사업은 1호 사업부터 삐걱거렸다. 민주당이 2001년 누구나집을 통해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인천시 도화구역의 세입자 500여명은 인천도시공사 사장과 인천도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대표를 형사고소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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