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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도 마천루용?" '초고층' 건물 공사비가 더 드는 까닭

    입력 : 2024.02.28 07:20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바로 옆인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요 재개발하고 나서 70층에서 35층으로 최고 층수를 확 낮춘다고 했습니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도 49층에서 35층으로 아파트 최고층수를 바꾼다고 하는데요.

    초고층 아파트는 고급화의 상징이죠. 한 번 지어지면 그 지역 가격을 주도하는 대장역할을 하고, 랜드마크로도 불려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는데요. 갑자기 고층 아파트를 포기하는 게 트렌드가 됐습니다. 심지어 조망권 프리미엄이 있는 한강변이나, 부촌인 강남 재건축 현장에서도 줄줄이 초고층 아파트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싫은 건 아니고요. 알고보니 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서 못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초의 한 아파트 사례를 살펴볼게요 49층짜리 건물을 지을 때 공사비가 35층짜리 건물 공사비에 비해 2200억원 정도 더 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한 층 올리는데 157억이 더 든다는 얘기죠.

    인천 송도 랜드마크 타워도 원래 123층을 짓기로 했다가 작년에 103층을 짓는 걸로 계획을 바꿨는데요. 만약에 123층을 짓게 되면 103층으로 지을 때보다 5000억원이 더 든다는 추산이 나왔다고 합니다.

    [땅집고] 송도 랜드마크 타워.

    그러면 초고층 아파트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오늘은 저희가 초고층아파트 건축비가 비싼 이유를 좀 알아봤습니다. 일단 초고층 건축물이 뭔지 한 번 볼게요.

    건축법 규정에 따르면 초고층건축물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입니다. 대표적으로 타워팰리스, 용산 래미안 첼리투스, 청량리에 들어선 롯데캐슬 스카이 L65 이런 곳들이에요. 모두 50층 이상입니다. 3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120m 이상은 고층 건축물이라고 봅니다.


    그럼 이렇게 초고층 공사비가 더 드는 이유는 뭘까요. 크게 기술적인 이유랑 제도적인 이유가 나뉘는데요. 우선 기술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초고층 건축물은 세대 내부를 ‘라멘 구조’라고 불리는 기둥식으로 짓기 때문인데요. 기둥과 보가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입니다. 워낙 높아서 중력은 물론이고 양옆에서도 많은 힘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일반 아파트가 벽이 하중을 지탱하는 벽식 구조로 짓는 것과 달리 초고층으로 지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라멘 구조를 택하게 됩니다. 라멘구조로 지을 때 공사비는 벽식구조로 지을 때보다 20% 더 든다고 하는데요. 벽식 구조로 지을 때 장비와 라멘 구조로 지을 때 필요한 장비가 다르다보니 부대비용이 달리 발생한다는 점도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겠네요.

    초고층 아파트는 일반 고층 아파트보다 더 비싼 재료를 써서 지어야 한다는 점도 공사비가 높은 이유인데요. 초고층 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고강도 콘크리트를 써야 해 골조 공사비가 늘어납니다. 고강도 콘크리트는 나라별로, 시기 별로 좀 다른데요. 통상적으로 일반 콘크리트보다 물을 더 적게 넣고, 고성능 재료를 추가해서 배합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관련 논문을 보면 철근, 콘크리트, 철골이 모두 많이 필요한 걸 수치로도 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힘이 작용하니까, 건물이 잘 버티게 하려고 뼈대를 엄청 튼튼하게 만든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재료가 더 들어가니 비용이 또 올라가겠죠?

    초고층건축물의 공사비 끌어올리는 데는 여러 규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선 피난구역을 여럿 설치해야 합니다. 초고층건축물은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1개씩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준초고층 건축물은 1.5m 이상의 직통계단이 없을 경우에만 피난안전구역을 만들면 됩니다. 좀 다르죠?

    그리고 초고층건축물은 ‘초고층재난관리법’이라고 하는 법도 적용받아야 해요. 초고층건축물만을 위한 건 아니고, 5000명 이상 들어가는 건축물이나 문화, 숙박시설을 위한 법인데, 최근에 또 살짝 개정이 됐어요. 아무래도 건물 안에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으니, 더 촘촘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인 거죠. 이 법에 따르면 종합방재실을 반드시 둬야 하고요. 지진이나 테러, 해일처럼 재난과 관련된 심의를 또 받아야 합니다.


    고층 건축물은 엘리베이터 규정도 다른 거 아시나요? 높이가 31m 이상인 건축물에는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무조건 있어야 하고,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는 피난승강기도 필요합니다.

    요즘에는 화물용을 제외하면 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많은데요. 이것도 비용이 비쌀 수 밖에 없어요.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구동장치가 관건인데 이게 결국에는 엘리베이터 회사들의 기술력이라고 합니다.

    또 안전이나 승차감 문제도 있어요. 높이 올라갔는데 갑자기 멈추면 불편하잖아요. 엘리베이터 회사들은 완충효과를 최대로 하려고 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을 계속 개발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업자들이 생각할 게 많다는 건 곧 비용이 올라간다는 말이에요.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높이가 199.98m거든요? 2cm 모자라서 초고층이 아니에요. 우리가 초고층 아파트라고 알고 있는 갤러리아포레는 45층 159m, 트리마제도는 47층에 최고높이가 172m로 건축법상 모두 준초고층입니다. 이들 단지들 모두 ‘초고층 건축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높이나 층을 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공사비 폭탄’ 이런 말이 많이 들리는데, 사업 비용을 내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는 너무 부담이 되는 거죠. 아무래도 ‘초고층 아파트 안 짓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데요. 한편으로는 이미 지어진 초고층 건축물의 희소성이 올라간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서울에는 69층 하이페리온이나 66층 타워팰리스, 래미안첼리투스 이런 곳들이 있거든요. 물론 가격은 지어진 연도나 입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희소성이 올라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니까요. 이런 단지들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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