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27 13:44 | 수정 : 2024.02.27 14:05
[땅집고] 지난해 땅집고에 한 취재원이 슬픈 사연을 제보해 주셨습니다. 취재원의 아버지께서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십억을 잃고, 병세가 악화해 결국 돌아가셨다는 이야깁니다. 은퇴 후 가족들이 좀 더 편하게 지내도록 평생 모은 재산을 해외 부동산 펀드에 넣으셨다는데요. 구두 하나도 구멍이 나게 신을 정도로 검소하셨던 아버지께서 운용사로부터 손실액 규모를 전해 듣고 크게 상심하셨다고 했습니다.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그야말로 나락행입니다.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그야말로 나락행입니다.
해외 오피스 빌딩은 우량한 글로벌 대기업이 10년, 20년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가 많이 됐죠. 미국 금리가 0.25~0.5%이던 시절에 배당 수익이 연 7~8%라고 하니 은퇴 세대에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미국 사회에 재택근무가 고착화했죠. 이는 글로벌 오피스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높은 금리와 오피스 공실률 급증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대출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도 “전쟁이 발발하고, 코로나가 창궐할 줄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느냐”고 토로했는데요.
해외 오피스 자산을 담은 펀드 수익률, 처참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나 대출 등 전체 위험노출액은 약 20조4000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5대 금융그룹의 경우 회계장부에 기록한 손실 추정액만 벌써 1조550억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금융업권별로는 ▲보험 31조9000억원(56.6%)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전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아시아 4조4000억원(7.9%), 기타 및 복수지역이 6조6000억원(11.8%)이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 규모는 12조7000억원(22.5%)이며 2030년까지는 43조7000억원(77.5%)의 만기가 도래합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평가손실은 원금(56조4000억원) 대비 5.9% 수준인 약 3조3040억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의 단일 사업장 투자에서 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는 2월 현재 2조4600억원(사업장 28곳)이라고 합니다.
노후 대비용 투자 상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해외 부동산 펀드, 은퇴 세대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남은 건 빚더미뿐인 모습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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