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23 11:02
[땅집고] 경남 진주시에서 분양가가 가장 비싼 단지로 화제를 몰았던 ‘파밀리에 피아체’ 타운하우스가 분양률 뻥튀기와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파밀리에 피아체’ 는 진주시가 KTX 진주역 북쪽에 진행하는 도시개발사업인 신진주역세권 내 단독주택용지에 들어선다. 지하 1층~지상 3층, 전용 84㎡ 총 104가구 규모다. 2022년 9월 분양 당시 분양가가 최고 7억7900만원으로, 진주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입주예정일은 올해 2월로 고지됐다. 시행은 엘엔케이파트너스, 시공은 신동아건설이 맡았다.
그런데 입주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문제가 터졌다. 8억원에 육박하는 타운하우스인데도 미시공 부분이 적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자가 1200여건이나 발견된 것. 여기다가 시행사인 엘엔케이파트너스가 이 단지 분양률이 80~90%에 달한다고 속여 계약자를 모집한 데다, 진주시 측에도 허위 분양률을 신고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수분양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 80~90% 팔렸다더니…절반이 미분양
‘파밀리에 피아체’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에 따르면, 엘엔케이파트너스는 이 단지 견본주택 및 홍보 전단에 ‘90% 분양 달성 특별 프로모션, 2년간 이자 전액 지원’이라는 등 문구를 내세우며 계약자를 모집했다. 견본주택에서 근무하는 분양 직원들 역시 계약자들에게 “분양이 80~90% 완료됐다”고 홍보했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홈페이지에 분양 단지별로 미분양 주택물량을 집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자료를 취합해 미분양 통계를 공표한다. 엘엔케이파트너스 측은 진주시 주택경관과 공동주택팀에 ‘파밀리에 피아체’ 총 104가구 중 70가구가 계약해 분양률이 67.3%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주택이 텅텅 빈 점을 수상하게 여긴 수분양자들의 요구로 진주시가 지난해 12월 시행사 측에 소명자료를 요구한 결과, 실제 분양된 가구는 52가구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가구 수의 50%로, 절반이 미분양 주택인 셈이다.
진주시 주택경관과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시행사 측은 정식 분양 계약 전 보류단계에 있는 ‘가분양’ 수치까지 분양률에 포함해 통계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소명했다”며 “현재 진주시 홈페이지 미분양 통계는 전면 수정한 상태”라고 했다.
이 주택을 분양받았다고 밝힌 A(55)씨는 “모델하우스에 방문했을 당시 내부 직원들이 주택이 거의 다 팔린 것처럼 홍보한 데다, 진주시 홈페이지에도 분양률이 높게 기재돼 있어 믿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많다”며 “계약자들을 속인 명백한 사기 분양인 만큼 계약 해지를 원한다”고 했다.
■사전점검에서 하자 1200건 나와…“분양계약 해지해달라” 불만 속출
이달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미시공 및 하자가 다수 발생해 수분양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비대위 측은 ‘파밀리에 피아체’ 단지 내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누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외부 벽돌은 잔뜩 젖어 얼룩지고, 내부에선 벽지가 일어나고 몰딩이 물을 먹어 쳐지는 등이다. 1층 중 창고로 쓸 수 있다고 홍보한 공간도 침수됐다. 이 밖에 콘크리트 휨이나 마감 불량 등 하자도 발견됐다.
진주시도 이 단지 하자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21일 진주시의회에서 열린 의원전체간담회에 참여한 진주시 주택경관과 관계자는 ‘파밀리에 피아체’ 사전방문 당시 1200여건 하자가 지적됐으며, 경남도 품질점검단 조사에서도 224건이 나왔다고 밝혔다.
오대혁 ‘파밀리에 피아체’ 입주자 비대위원장은 “신동아건설은 사전점검 지연에 따른 벌금 3000만원을 피하기 위해 분양된 세대만 급하게 부실시공했고, 미분양세대는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다”며 “시행사와 신동아건설은 입주자들에게 계약 해지와 동시에 계약금 전액을 반환해야하며, 진주시는 이 단지 준공허가를 불허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설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파업으로 인한 인력난도 있었던 만큼 대외적 요인 때문에 공기를 못 맞추는 상황이 전국 곳곳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하자를 꼼꼼히 보수하겠다”고 했다.
한편 현재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엘엔케이파트너스 측 요청으로 계약금(분양대금의 10%)만 납부하고, 중도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상태다. 이 단지 분양률이 저조해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 알선을 못한 탓에 중도금 대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분양자 사이에선 계약금 10%를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시행사와 시공사 양측은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판례상 입주자들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아닌 이상, 하자를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지났는데도 입주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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