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20 14:35
[땅집고] “와, 예전에는 ‘오세훈 세금둥둥섬’이라고 엄청 욕먹었는데…세빛섬이 드디어 돈 버나 보네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여 년 전 반포 한강공원에서 추진했던 사업인 ‘세빛섬’이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맞은 2020년 이후 3년 동안 운영 실적이 저조해 적자에 시달렸는데,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달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23년도 ㈜세빛섬 회계결산결과 영업이익이 4억여원 정도 발생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세빛섬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방문객이 크게 줄면서 3년 동안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18억5834만원 2021년 -16억2856만원 2022년 -3억197만원 등이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 공식 종료한 지난해부터는 세빛섬에 역대 최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총 239만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방문객 수가 40%나 증가했다. SH는 세빛섬에서 무료 영화제와 콘서트를 개최하고, 한강뷰를 즐길 수 있는 옥상정원을 개방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 결과 시민 방문이 급증하면서 영업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SH는 앞으로 세빛섬 재무건전성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규제샌드박스 승인으로 그동안 불가능했던 옥외 상업광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광고 수익이 실현되면 세빛섬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세빛섬은 원래 ‘세빛둥둥섬’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 2009년 3월 착공해, 2011년 9월 완공했다. 하지만 운영사 선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준공 이후 3년 동안 개장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세빛섬을 짓는데 혈세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세금둥둥섬’이라는 오명을 썼고, 사업을 이끌었던 오세훈 시장에 대한 힐난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세빛섬이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서울시가 직접 투입한 재정은 0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아닌 민간 개발 사업자가 돈을 들여 세빛섬을 건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SH가 세빛섬 사업에 출자한 만큼 서울시도 세금 낭비 지적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실제로 ㈜세빛섬 지분을 보면 민간기업인 효성티앤씨㈜가 62.25%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지만, 그 다음으로는 SH가 29.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출자 금액으로 보면 128억원 수준이다. 이 밖에 대우건설(5.00%), 하나은행(1.92%) 등도 지분을 갖고 있다.
세빛둥둥섬 사업은 C&그룹이 처음으로 추진했지만 경영 악화를 이유로 손을 떼면서 효성그룹이 맡게 됐다. 2014년 세빛섬으로 이름을 바꾼 뒤 컨벤션센터, 전시장 등 용도로 전면 개장했다. 효성 측은 2034년까지 세빛섬을 무상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가져간다. 이후에는 서울시에 모든 시설물을 넘긴다.
세빛섬이 흑자 전환했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세빛섬을 조성한다는 오 시장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서울 최대 녹지 공간인 한강공원에 랜드마크 시설물이 자리잡은 것이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것.
세빛섬에 방문했다고 밝힌 시민들은 “가볍게 산책하기 좋고, 특별히 한 게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같은 곳”, “날씨 좋은 날 한강에서 산책하고 구경하기 딱 좋다, 무지개분수와 케이팝 노래도 나오고 야경이 멋있다”, “주차 공간이 다소 부족한 것만 단점”이라는 등 후기를 남기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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