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건설 현장서 콘크리트 우중 타설 논란

[땅집고] “HDC는 이래서 부실공사인가?”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HDC그룹 소속 건설사가 서울 마포구 ‘신공덕아이파크’ 현장에서 비오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제가 된 현장은 서울 마포구 마포로1구역을 재개발해서 짓는 ‘신공덕아이파크’. 지하 8층~지상 20층 오피스와 지상 32층 규모 도시형생활주택 140가구로 구성하는 단지다. 2021년 분양 당시 49㎡ 기준 분양가가 최고 9억4100만원이었는데, 최고 청약 경쟁률이 48.58대 1을 기록했다.

글쓴이 A씨는 “오늘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데다가 5도 이하 기온인데 콘크리트 양생이 안되는 거 뻔히 알면서 당당하게 타설을 하네”라며 “감리랑 담당 감독 기관들은 뭐하냐. 어디에 신고 못하나”라고 적으며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에 따르면 비가 와 행인들이 우산을 쓰고 걸어다니는 상황에서 ‘신공덕아이파크’ 현장에 레미콘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단지는 ‘아이파크’ 브랜드를 쓰긴 하지만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니라, 같은 HDC 그룹에 속한 종합건설 계열사 HDC아이앤콘스가 시공을 맡았다. HDC그룹이 부실 시공과 관련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만큼 이번 우중 콘크리트 타설에 대한 안전 논란이 예상된다.

A씨가 지적한대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비오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경우, 안전 문제가 우려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GS건설은 동대문구 휘경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 디센시아’ 건설 현장에서 우중 콘크리트 타설했다가 민원이 제기돼 동대문구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해부터 우중 콘크리트 타설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우·강설 때의 콘크리트 품질관리 강화 방안을 담은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 개정안과 기준을 마련한 것.

기존 표준시방서에는 ‘강우, 강설 등이 콘크리트의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 및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어 책임자와 필요한 조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부실 시공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을 통해 강우·강설 때 콘크리트 타설은 원칙적으로 할 수 없도록 정했다. 부득이하게 타설해야 할 경우 필요한 사전 조치와 사후 조치를 명시했다. 타설 전에는 레미콘 운반 차량에 덮개를 설치해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타설 중에는 타설 부위 노출면을 비닐 시트로 보호해야 한다. 강우 중 타설한 부위는 현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양생된 공시체(견본)로 압축강도 시험을 거쳐야 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세워진 철근 사이로 콘크리트를 부을 때는 물이나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공극(빈 공간)이 없애기 위해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지만, 물을 빼내는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HDC그룹 관계자는 ‘신공덕아이파크’ 우중 타설 의혹에 대해 "현장 확인 결과 콘크리트 타설한 구간은 벽체로 외부 노출면적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며 “타설과 동시에 보양조치해 품질 관리에 철저를 기했고, 감리 사전승인 하에 공정이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에 ‘화정아이파크’를 짓다가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를 낸 건설사다. 인부들이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총 847가구인 이 아파트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3700억원 손해를 보게 됐다. 입주일 역시 기존 대비 5년 10개월 늦어진 2027년 말로 미뤄졌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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