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14 15:58
[땅집고] 앞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려면 총 사업비의 최소 20%를 자본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착수에 나서면서 이 같은 방침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부동산 PF 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대출규모 134조원 이상, 사업장 3500곳에 달하는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근본 관리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용역이다. 특히 분양 대금과 금융회사 대출로 사업비의 95%까지 조달하는 PF 사업 구조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자기 자본금 5%로 PF대출 일으켜…선진국은 20~30%
2022년 말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PF ABCP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하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된 사태인 일명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건설경기 침체로 지방에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부동산PF 시장 대량 부실 우려가 짙어졌다. 작년에는 새마을금고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발생했고, 올해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PF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PF 사업구조에 대해 “우리나라는 돈 100이 든다고 가정하면 한 5% 정도만 자기 돈으로 하고 나머지 95%는 대출을 일으켜서 땅부터 산다”며 “나중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줄줄이 영향을 받는, 쉽게 말해서 다 폭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부동산 PF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PF는 시공사의 지급보증, 책임분양 등에 의존해서 이뤄졌는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건설사가 책임준공확약 등 보다 부담이 완화된 신용보강을 제공하게 됐다. 증권사가 유동화 관련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등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기관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는 평가다. 브릿지론이나 본PF의 대주단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순위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인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중견 · 중 소 시공사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전히 지급보증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건설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되면 PF 방식의 부동산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정부, PF자기자본 요건 최소 20% 이상으로 올릴 듯
또 자본금이 최소화된 PF 사업 구조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시행사가 GP(General Partner), 투자자가 LP(Limited Partner)로 참여하는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구성하고, 총 사업비의 20%에서 30%의 초기 자본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토지매입을 위한 담보대출 비중은 40~50% 정도 수준이다. 네덜란드, 일본 등도 시행사와 투자자 등이 총사업비의 30%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부동산PF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마련하는 유력한 개선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시행사가 빚으로 돌려막는 PF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기자본 요건 10%를 최대 40~5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PF는 시행사의 낮은 자본력, 본PF 대금으로 브릿지론 상환, 수(受)분양자 자금의 공사비로의 사용, 시공사의 신용도 의존 등의 구조적 문제로 부동산 경기 하락 시 부실이 발생하기 쉬운 특성이 있고 이러한 특성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제한적인 규모와 오랜 기간 부동산 가격하락보다는 상승을 주로 경험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 및 행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PF 시장의 구조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많지 않다”며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 및 부동산 PF 관련 경험이 시장 참여자들 의 믿음과 행태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PF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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