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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장 명의로 임대주택 분양? 동탄서 벌어진 '이면 계약'의 전말

    입력 : 2024.02.07 07:30

    [땅집고] “분양을 10년 뒤에 받아야 되는데 매매 예약금을 미리 내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집값15, 16억원에 저희가 80% 대출을 받으면 600만원 정도 월세를 내고 사는 꼴이거든요.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입주 예정자 A씨)

    [땅집고] 동탄2신도시에 자리한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강태민 기자

    수도권 한 민간임대주택이 불법, 편법으로 임대분양 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단지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있는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입니다. 전용 138㎡, 전용 148㎡ 두 개 타입으로 총 125가구입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주택 소유자는 시행사인데요. 10년 임대 후 분양이 이뤄지는 단지입니다. 입주 예정자들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 보증금을 지불한 후 임대해 거주하는 방식입니다. 입주 예정자가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매나 전대도 불가능한데요.

    취재 결과 125가구 중 120가구가 이중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서와 함께 매매 예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는데요. 입주 예정자들은 임대 보증금 8억원 대의 두 배에 달하는 15억8500만원에 주택을 매입하게 됩니다.

    [땅집고] 동탄2신도시에 자리한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강태민 기자

    임차 보증금, 매매 예약금을 전부 낸 가구는 50여 가구 입니다. 나머지 60여 가구는 매매 예약금을 내지 않고, 현재까지도 입주를 하지 않고 있는데요. 입주 종료 기한은 지난해 12월 29일까지입니다. 입주를 한 사람들은 사실상 매매가격에 집을 샀음에도 여전히 ‘내 명의’의 집은 아닙니다.

    시행사는 매매 예약서를 근거로 집 값의 80%를 대출 받은 수분양자와 계약을 맺습니다. 수분양자들이 임대 계약이 아닌 매매 계약까지 체결한 결정적인 이유는 임대 보증금이 아닌 주택 매매 가격을 전부 부담하면 전매·전대가 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은 매매 예약서를 체결하더라도 법적으로 전대가 불가합니다. 입주 예정자들은 16억짜리 전셋집에 살기 위해 매달 수백 만원의 이자를 갚으며 살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입주 예정자 A 씨는 “지금 임대 분양을 10년 뒤에 받아야 하는데 매매 예약금을 미리 내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15, 16억원에 저희가 80% 대출을 받는다면 6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사는 꼴”이라고 전했습니다.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시행사는 임대 계약자들의 명의 변경 과정에서 비밀 조항을 추가했다. /독자 제공, 그래픽= 임금진 기자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저희는 매매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비밀 유지’ 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해당 임대주택은 원칙상 무주택자만 임대 계약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주택자가 무주택자인 자식이나 지인 명의로 계약을 하면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실제 계약을 체결한 사람과 명의가 다릅니다. 전체 가구 수 중 절반 이상이 이중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이 이면계약은 상호 간 합의로 체결이 됐습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시행사가 “민간임대주택이더라도 유주택자가 임대 계약이 가능하다고 해 계약을 맺게 됐다”며 “무주택자인 지인 명의로 계약을 하고 추후에 입주 시점 쯤 유주택자로 명의를 변경하면 시행사의 동의서를 받고 전매·전대가 된다”고 안내했다고 전했습니다. 시행사는 유주택자 명의 변경 등을 포함한 계약을 비밀로 할 것이라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는 11월 3일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12월에 명의를 변경하러 간 입주 예정자들은 “이전 무주택자 명의를 해제하는 합의 해제 계약서에 12월이 아닌 10월로 계약 일자가 고정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시행사인 보인산업개발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비밀 유지 조항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는 아파트 하자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지하 주차장, 세대 내부 화장실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누수, 도색 벗겨짐 등의 하자 문제로 입주민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은 다발성 누수가 발생했는데요. 신축 단지에 외벽, 내벽 균열이 나 있습니다.
    [땅집고]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일부 가구에서는 콘센트에 물이 새는 누수 하자가 발생했다. /강태민 기자

    힐스테이트 동탄 더테라스 입주 예정자 A씨는 “지하 주차장 천장을 봤는데 비가 오고 나니 물이 다 떨어졌다”며 “집에 있는 콘센트 전선에도 물이 다 차 있어 누수가 됐을 때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B씨는 결로, 누수 하자에 주택 설계 마저 엉터리라고 토로했습니다. B씨는 “각 집의 결로가 너무 심하고 데크 안이 텅 빈 채 데크를 얹어 물이 다 샌다”며 “마루까지 다 뜯어 수리 요청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이 단지는 현재 가구 수의 절반 정도만 입주했습니다. 입주민들은 구조, 골재 안전 진단, 보안 시설 설치, 지상 전체에 방수 재공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존에 설계된 대로 진행이 된 상황이며 하자 처리는 빠르게 처리 진행을 하고 있고, 해야 되는 당연한 부분에 대해서 성의껏 진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입주 예정자들은 16억이라는 매매 가격을 내고도 집주인 행세를 하지 못합니다. 임대주택 임에도 매매 가격으로 돈을 받은 시행사와 전매·전대를 하기 위해 섣부른 선택을 한 예비입주자의 착오로 임대주택이 하자 투성이 분양 주택으로 둔갑한 황당한 일이 동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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