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05 10:25 | 수정 : 2024.02.05 13:03
[땅집고] 정치권에서 촉발된 ‘철도 지하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잇따라 내놓았다. 수도권 표심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철도 지하화를 통해 역세권 일대 100만평 부지가 개발된다면, 30조원 규모(평당 3000만원 기준)의 ‘메가톤급’ 개발 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용산·신도림·청량리 등 노후화된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주거복합시설 등으로 개발하면 최대 5만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발표했다. 노후한 곳이나 저밀 지역 정비사업 시에는 인접 철도 부지를 편입시키는 동시에 용도·용적률·건폐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사실상 무제한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준다.
정부가 지하화 대상으로 거론하는 수도권 철도 노선으로는 ▲경부선 서울역~당정역 구간(32㎞)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구간(13.5㎞) ▲경인선 구로역~도원역 구간(22.8㎞) ▲경의선 서울역~수색역(5.4㎞)이 있다. 전 구간을 더하면 총 73.7㎞다.
지하화 대상이 되는 역세권 부지 폭 너비를 재보면 평균 40m다. 전 구간 길이 7만3700m(73.7㎞)에 폭 너비 40m를 곱하면 총 면적 298만8000㎡에 달한다. 이를 평 단위로 환산하면 약 89만평이 넘는 부지가 새로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면적이 더 큰 역사(驛舍)와 노선을 고려하면, 지하화로 인해 약 100만평 규모의 지상부 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지하화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천지개벽이 예상되는 지역은 어디일까.
■철도 묻으면 ‘용산, 신도림, 청량리’ 천지개벽
정부가 대선 공약을 통해 지하화 대상으로 가장 먼저 제시한 지역은 구로역에서 도원역을 잇는 ‘경인선’ 구간이다. 국내 철도 노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구간인데다 인근 시가지가 철도로 인해 단절돼 개발이 어려워 지하화 필요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구로차량기지와 더불어 신도림 역세권 등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많아 향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용산역과 청량리 지역도 기대감이 크다. 용산 정비창 부지를 비롯해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넓은데다 인근에 유입인구가 많은 상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용산역 일대는 남영역, 숙대입구를 지나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금싸라기 부지임에도 철도로 인해 단절돼 개발이 어렵고 슬럼화하는 단점이 있었다. 지상 구간에 있는 철도를 묻고 그 위에 있는 땅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땅으로 변모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우선권 준다는 정부에…치열한 지자체 물밑 경쟁
100만 평의 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이지만, 발목을 붙잡는 건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지하화 사업 예산으로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80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가 이 사업에는 국비를 투입하지 않고 철도 부지와 인접 지역을 개발하는 데서 나오는 비용으로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공약 사업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제안을 받고 완결성이 높은 구간의 경우에는 연내 선도 사업으로 선정해서 속도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계획도 냈다. 선도사업의 경우 종합계획 수립 전 기본계획 수립부터 먼저 반영해 최소 1~2년 정도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완결성이 높은 구간인 경우 사업을 우선 추진해주겠다고 유인책을 내민 만큼 지자체 사이에서는 선도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대표적인 지자체로는 안산시가 있다. 안산시는 안산선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이미 용역을 내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안산선 한대앞역~안산선 구간 5.47 ㎞를 녹지공간 하부로 지하화하고, 초지·고잔·중앙역을 지하역사로 변경할 경우 70만3215㎡ 땅을 개발해 1조800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입되는 비용이 1조1000억원 정도니까 약 7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다.
모든 지역에서 지하화를 진행할 수는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은 규제 완화 카드를 건 정부와 여야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추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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