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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태영'이라던 롯데건설, PF위기 극복 청신호

    입력 : 2024.01.31 14:24 | 수정 : 2024.01.31 14:59

    롯데건설, 부채 비율 30% 이상 감소…그룹 차원 보유 예금도 18조원

    [땅집고] 시공능력평가 8위 롯데건설의 우발부채 규모가 우려할 만큼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연초부터 롯데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처럼 갑자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지만, 시장 상황의 회복과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땅집고] 롯데건설이 분양한 '시흥 롯데캐슬 시그니처' 완공 후 예상모습. /롯데건설

    ■ 롯데건설, 금융기관 펀드 조성해 미착공PF 장기 전환 나서

    지난 1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가 과다하다며 ‘A+, 부정적’이라고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평가했다. 나신평은 “건설업에 우려가 한층 높아지면서 재무 부담이 높거나 PF 우발채무가 과다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총 5조4000억원이었다. 2022년말 PF 우발채무 6조8000억원 대비 약 1조4000억원을 줄였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2조7000억원의 2배로, 절대 규모가 분석 대상 기업 중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또 나신평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우발채무만 4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도급사업 관련 미착공 및 저조한 분양률 사업장’의 PF 우발채무가 3조3000억원에 달하고 지방 사업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불안정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롯데건설은 “현재까지 2022년 이후 1조6000억원의 채무를 줄였고, 차입금 1조원 등으로 부채 비율을 30% 이상 감소시켰다”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연장 협의가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작년 말 기준으로 롯데건설의 전년 대비 PF 잔액이 20%가량 감소한 데다 자체 보유 예금도 2조원에 달하는 등 재무 상황 개선으로 유동성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보유 예금이 18조원에 달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롯데건설은 지난해말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1차 위기를 맞았다. 금융시장 경색 하에서 PF유동화증권 차환 차질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인수 관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에는 그룹 내에서 운영자금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계열사 차입·유상증자·금융권 차입 등으로 받은 자금 수혈 규모만 1조4500억원에 달한다.

    [땅집고]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그룹 내 지우너을 받는 등 본격적인 자금 마련에 나섰다. /인베스트조선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를 조성해 미착공 PF를 장기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리·신한 등 시중은행과 PF 차환용 펀드 조성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펀드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남아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 2조4000억원의 채무를 감축하고 8000억원의 우발 채무를 추가로 줄이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 롯데건설은 31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번 발행은 2025년 2월 만기인 1년물로 구성된다. 롯데건설이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롯데케미칼 지급 보증에 따라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부여받아 롯데건설의 이번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3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거쳐 내달 7일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건설 지분 약 44%를 보유한 최대주주 롯데케미칼은 2022년 12월 회사채 발행 때도 지급 보증에 나선 바 있다. 롯데건설은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을 다음달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 “‘제2의 태영’ 사태 가능성 낮지만”…시장 회복·자구 노력 필요

    이와함께 롯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분양 주택이 연이어 완판해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올 초 첫 분양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이 분양 완판을 이뤘다고 밝혔다. 총 3333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13대 1로 1순위를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인천 서구에서 분양한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도 1순위 청약에서 총 1만 9737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111.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해 4분기 이후 ‘트라우스 광명’(3344가구), ‘소사역 롯데캐슬 더뉴엘’(983가구), ‘동래 롯데캐슬 시그니처’(870가구), 총 5100여가구를 공급해 순위내 마감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선제적인 유동성 확충에 나선 건설사들’이란 리포트에서 “롯데건설은 금융기관 펀드 조성으로 미착공PF를 장기 전환할 예정”이라며 “2022년 말 이후 현재까지 1조6000억원의 PF 채무를 감축했으며, 1분기 내 8000억원의 우발채무를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제2의 태영건설을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지만,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이 시작돼 당분간 주요 건설사에서 태영건설급 이벤트 릿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인 PF리스크 해소를 위해 자구 노력 혹은 시장의 극적인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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