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29 10:22 | 수정 : 2024.01.29 10:23
[영상뉴스] "살던 집도 압류 당해" 평내진주, 시공사 손절에 조합갈등 결국 통경매행
[땅집고] 조합원 1200명 규모의 재건축 사업지가 통으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입니다. 진주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채권자인 대주단으로부터 29일까지 연체한 브릿지론 이자를 갚지 않을 경우 경매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경매가 실제로 진행돼 시공사가 입찰에 나설 경우 2년 전 둔촌주공 사태 못지 않은 재건축 시장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곳은 경춘선 평내호평역 역세권 입지로 GTX-B 호재까지 겹치며 주목받던 재건축 사업지였는데요.
땅집고 취재결과 평내 진주아파트는 '빈번한 조합 내분'과 '시공사의 손절', '무관심한 조합원' 등 내부 복합적인 요인으로 모두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직접 방문한 현장은 폭풍전야와 같이 고요했습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기존 3개동 1200여 가구 규모의 단지가 전용 46~84㎡ 1800여 가구 대단지로 지어질 예정이었는데요. 2019년 철거 이후 현재까지 빈 땅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사업 초반은 순조로웠습니다. 2012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4년 이주 및 철거를 시작했는데요.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끊임없는 다툼으로 소송이 반복되면서 10년 간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그간 시공사 교체도 수 차례 이뤄졌습니다. 2009년 두산건설을 시작으로 2015년 서희건설로 교체됐다가 2020년 대우컨소시엄으로 진행되나 싶더니, 서희건설이 소송을 통해 시공권을 회복하면서 2022년 다시 사업을 맡게 됐습니다. 어렵사리 다시 찾은 시공권. 평내 진주아파트는 서희건설의 첫번째 재건축 사업 단지였죠. 그런데 왜 진행되지 않았던 걸까요.
조합 관계자는 서희건설이 시공권을 회복했을 당시 조합에 약속한 내용과 몇 개월 후의 내용이 딴 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평내 진주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서희건설이 브릿지론 금융 비용을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는데요. 시공권을 되찾은 서희건설이 조합에 통보한 내용은 운영 비용 대여가 불가하며 자금이 필요하면 조합원들이 집단대출을 받으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투입된 철거 비용과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 등에 대한 근저당 설정도 해달라 요구했다는데요. 해당 안건이 부결되자 그때부터 시공사와의 연락이 끊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서희건설 측은 평내 진주아파트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합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평내 진주아파트는 조합장을 비롯해 집행부가 해임된 상태로 모든 업무가 정지된 상태"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내외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업이 지체되는 동안 조합이 대주단에게 빌린 브릿지론의 이자는 늘어만 갔습니다. 원금보다 약 100억원 늘어난 815억원 수준. 대주단은 총 여섯 차례 대출 만기 연장을 해줬으나, 최근 조합에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기한 내 대환에 실패할 경우 설 연휴 이후 경매 절차에 늘어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 시공권이 교체됐었던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서희건설도 사업 대여비 명목으로 각 수십억원의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인데요. 만약 이번에 대주단의 통보대로 재산권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조합원들의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평내 진주아파트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사업 진행을 위해 진행했던 변호사 선임비가 미납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는데요.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정이다”며 “현재 통장과 신용카드가 모두 정지되고 살고 있는 집에도 경매 날짜가 날아온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태까지 온 것은 조합 내분의 영향도 큰데요. 해임된 전 집행부와 투자자들로 이뤄져 있는 비대위와의 갖은 소송으로 현재 조합장 자리도 빈 상태입니다. 이권 다툼으로 인해 오히려 사업이 뒷전이 된 셈인데요. 조합 측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 조합장 해임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사업 진행에 너무 무관심했던 조합원들의 책임도 있다는 반응입니다. 평내 진주아파트는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되며 대부분 조합원이 원주민보다 투자자로 구성돼있는데요. 조합과 비대위 간의 잦은 다툼에 무뎌진 탓일까요. "언젠가 아파트가 지어지겠지" 하는 방관이 지속됐다는 겁니다. 경매 위기가 되자 조합과 조합원들은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상태인데요.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재건축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극대화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단기간에 분양 시장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없어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건데요.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 분위기도 얼어 있고 자재비, 인건비가 모두 오른 상황이다. 거기에 금융권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 돈을 회수하고 있는 단계인데 최악의 상황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사태를 겪었던 둔촌 주공도 결국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했다. 분양 시장이 6개월, 1년 만에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고 말했습니다.
대주단 통보에 따라 경매 절차를 밟게 된다면,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청산을 받고 분양권을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남양주 재건축 사업지 통 경매가 현실화한다면 재건축 시장에 둔촌주공 사태, 트리마제 사태 못지 않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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