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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와 청실 운명 가른 재건축 4대 요소…'이런 곳'은 반드시 피해라

    입력 : 2024.01.28 07:30

    [땅집고] 올해로 입주 46년차, 재건축 추진만 24년째인 한 재건축 단지가 있습니다. 주민들 중에선 새집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한때는 ‘못해도 중박, 잘하면 대박’으로 불렸는데, 이 재건축 투자, 쉽지 않게 됐습니다. 쪽박이라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네 가지만 알면 최소 중박은 칠 수 있습니다.

    처음 말한 사례는 그 유명한 은마아파트 얘기인데요. 작년 조합장을 뽑으며 겨우 달리나 했는데, 새해가 밝자마자 조합장 직무가 정지되며 재건축은 또다시 기약이 없어졌습니다. 24년만에 달리나 했던 은마 재건축, 정말 쉽지가 않죠? 은마아파트 재건축 난이도가 이렇게까지 극악인 이유가 뭘까요? 오늘은 은마 사례를 통해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네 가지 요소’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조선DB

    ■ 첫 번째는 ‘상징성’…강남 집값 바로미터ㆍ대표 재건축 단지

    우선 첫 번째는 상징성입니다. 대치동은 이른바 ‘강남 8학군’의 가장 핵심적인 동네입니다. 대치동은 ‘엄마들이 자식 교육을 위해 가장 이사가고 싶어하는 동네’라고들 하죠.

    은마는 이런 대치동 내에서도 핵심 입지에 있습니다. 여기에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라는 특수성도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은마는 자연스럽게 강남 집값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겁니다. 늘 과도한 관심을 받는 단지다보니 사업 진행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겠죠.

    [땅집고]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조선DB

    ■두 번째는 ‘대단지’…덩치 클수록 전세대란 등 우려에 잡음 多

    두 번째는 단지 규모입니다. 은마는 4400여 가구 규모 대단지입니다. 은마가 상징성을 갖게 해준게 바로 대치동에서 가장 큰 단지라는 점입니다. 재건축 시장에는 4000가구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4000가구 이상 단지가 이사라도 하면 전세 대란이 나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막아선 겁니다. 목동 등을 봐도 그렇고요, 규모가 크면 상징성이 커지기 떄문에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단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갈등 없는 재건축 단지도 없다지만, 은마는 다른 단지과 비교해도 유달리 심각한 편입니다. 작년 조합 설립 전까지 은마는 3개 파벌로 쪼개져,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아도 사업 지연에는 장사가 없다고들 하는 만큼, 많은 가구 수로 인한 내부 갈등은 재건축 사업지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여겨집니다.

    /땅집고DB

    ■세 번째는 ‘사업성’…대지지분 적고, 용적률 높아

    세 번째는 사업성입니다. 은마는 30평과 35평로만 구성된 단지인데요. 대지지분은 14~16평 수준으로 낮은 편입니다. 최고 14층 높이인 은마는 ‘중층 재건축’의 대표적인 단지입니다. 용적률이 204%로 높아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5층 이하 단지처럼 용적률이 100% 이하로 낮으면, 남은 용적률만큼 건물을 높게 올릴 수 있어 조합원들이 낼 추가 비용이 줄어듭니다. 반면 중층 재건축은 시세차익을 거두기 쉽지 않은 편이죠. 물론 서울시가 용적률을 크게 높이도록 해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게 된다면 은마 사업성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땅집고]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박기람 기자

    ■ 마지막 변수는 ‘상가’…재건축 시장선 돌발 변수

    마지막 네 번째 요소는 상가입니다. 단지 내 상가는 재건축 사업지에서 늘 돌발 변수로 떠오르는데요. 현재는 대단지 신축으로 다시 태어난 개포 디퍼아도 과거 상가로 인해 재건축 발목이 잡혔었는데요.

    과거 단지 내 상가 측이 대지 750평에 대한 대가로 1000억원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분상제를 피하는 조건으로 300억원을 추가로 요구해 사업이 지연됐습니다. 이밖에도 잠실미성크로바, 둔촌주공 등 상가에 발목잡혔던 사업지만 수두룩합니다.

    은마상가는 소유주만 500여 명에 부지 규모만 약 2000평에 달합니다. 점포 수는 590곳이라고 합니다. 아파트 대지 면적의 10분의 1에 달합니다.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규모 재래시장’으로 불릴만한 규모죠.

    은마의 경우 현 조합이 조합을 설립하면서 상가 소유자 동의율 50%를 달성해, 상가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닌데요. ‘상가 지분쪼개기’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전보단 상황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네 가지 요소 다 빠진 청실아파트, 재건축 후 대장주로 ‘승승장구’

    은마는 이런 문제들로 재건축이 제자리걸음 중인데요. 은마와는 다르게 상징성이 떨어지고 가구수가 적고, 사업성이 높고, 상가 문제가 없던 옆 단지는 일찌감치 재건축을 마치고 대치동 대장아파트가 됐습니다.

    /호갱노노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대팰(래미안 대치팰리스)인데요. 33평을 보면 재건축 전인 2012년 10억원대에서 현재 33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전세가는 16억원 선입니다.

    반면 30년 가까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의 경우 35평이 28억원대입니다. 전세가는 7억 중반선입니다. 래대팰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같은 해에 지어진 단지이지만, 180도 차이가 납니다. 오늘 알려드린 이 네 가지만 알면, 재건축 쪽박이 아닌, 최소 중박은 칠 수 있지 않을까요?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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