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내 진주, 재건축 사상 첫 '통 경매' 위기…"역대급 충격파"

[땅집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1200여가구 규모의 경기 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가 통으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경매가 실제로 진행돼 시공사인 서희건설이 입찰에 나서 아파트를 통으로 사들일 경우엔 재건축 시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내 진주아파트는 기존 3개 동에 전용면적 49~65㎡ 1200여 가구로 2019년 철거 이후 현재는 빈 땅으로 방치돼 있다. 재건축 후에는 46~84㎡ 1800여 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물량은 1121가구,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은 각각 100여 가구, 600여 가구다.

21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채권자인 대주단으로부터 “오는 29일까지 연체한 브릿지론 이자를 갚지 않을 경우, 경매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용은 브리지론 원금 710억원, 이자 약 87억원, 주간사 미지급수수료 15억원 등 총 812억여원이다.

조합은 대주단으로부터 브릿지론을 받았지만 시공사 해지와 선정을 반복하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고금리 이자가 밀렸다. 대주단은 여섯 차례 대출 만기 연장을 해줬으나, 사업 진전이 없자 이번에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기한내 대환에 실패할 경우 설 연휴 이후 경매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평내 진주아파트 사업이 멈춰선 가장 큰 이유는 내부 갈등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매번 조합 집행부 대상으로 소송을 걸면서 사업 진전이 어려웠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 교체가 이어졌다. 조합은 두산건설에서 서희건설로, 또 대우건설ㆍ포스코이앤씨ㆍ두산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를 바꿨다. 그러나 조합 결정에 불복한 서희건설이 소송을 통해 시공권을 되찾아 오면서 사업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갖은 소송 등으로 현재 조합은 제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시공권을 되찾은 서희건설이 조합에 가압류를 걸었고, 비대위는 조합장 해임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키며 조합장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현재 조합 측은 ‘조합장 해임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가 이뤄질 경우, 재건축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청산을 받고 분양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심지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미 쓴 돈이 많아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 통 경매, 시공사 입찰 참여 등이 현실화하면 이 충격파는 ‘둔촌주공 사태’, ‘트리마제 사태’를 넘어설 것”이라며 “앞으로 자금 융통이 어려운 재건축 단지는 통 경매 가능성이 생긴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둔촌주공 때처럼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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