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20 07:30
[영상 뉴스] 83년만에 문 닫은 ‘서울백병원’ 두고 싸움난 서울시-백병원재단
[땅집고] 오늘 땅집고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에서 지자체가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최근 서울시 때문에 재산권이 꽁꽁 묶여버린 서울백병원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업계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 건너편에 있던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83년 만에 문을 닫은 건데요.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대회 지정병원으로 선정됐고, 국내 최초로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기도 한 만큼 의료업계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굉장히 큰 병원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서울백병원은 과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내가 고자라니’라는 대사가 등장한 장소로 더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울백병원은 명성에 비하면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병원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결국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지난해 8월 폐원 결정을 내리게 된 겁니다.
서울백병원 주인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 땅과 건물을 팔아서 나머지 4곳 백병원에 재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과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이 연속 2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고, 부산백병원도 지은 지 45년이 넘어 병원 건물 리모델링 등이 필요한 시점이었거든요.
서울백병원 땅, 만약 매물로 내놓으면 얼마 정도에 팔릴까요? 업계에서는 최소 2000억~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인제학원이 땅을 팔아서 이만큼 현금을 확보한다면 형제병원 4곳을 충분히 살릴 수 있겠죠.
그런데 이 계획에 서울시가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서울시와 인제학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먼저 서울시 의견은 이렇습니다.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면 서울 중구 지역이 의료공백에 시달릴 것이니, 이곳을 ‘K-의료서비스’ 거점으로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관리계획상 종합병원만 지을 수 있는 ‘종합의료시설’로 묶되, 일부 땅은 종합병원보다 등급이 낮은 치과·성형외과 등 의료시설만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
쉽게 말하면 서울시가 이 땅에 병원 외에는 못 짓게 막겠다는 건데요. 제가 취재해 보니 오세훈 서울시장이 먼저 제안한 정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울시 결정에 인제학원과 백병원 관계자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서울백병원 입지를 보면 도심 한복판이면서 서울 핵심 업무지구인 광화문과 가깝고, 지하철 2·3호선이 지나는 을지로3가역까지도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인 초역세권이거든요. 만약 인제학원이 이 땅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 오피스나 상업건물 등으로 개발하려는 기업·투자자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땅을 종합의료시설로 묶으면 이 땅에 병원밖에 못 짓게 되니까 부지 가치가 확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땅을 사려는 매수자 범위도 줄어서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거에요. 그러면 지금 투자가 필요한 다른 형제병원 4곳도 서울백병원처럼 문을 닫을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겠죠.
서울시와 중구청이 서울백병원을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기 전, 올해 1월 11일 관계자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는데요. 저도 이날 공청회에 다녀왔는데 인제학원 재단 관계자들과 전국 백병원 직원들 반대 목소리가 매우 크더라고요.
부동산 업계에서도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병원 용도로만 제한하는 게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첫 번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미 이 땅은 병원을 운영하다가 망한 곳이라, 이 곳에 병원을 새로 지으려는 기업이나 재단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을 살리려고 전문 기관에 수 차례 컨설팅을 받아봤다고 하는데요. ‘이 곳에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은 물론이고 건강검진센터·외래센터·요양병원·노인주거복지시설 등 모든 의료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결론만 나왔다고 합니다. 애초에 그러니까 폐원을 했겠죠.
두 번째 이유로는 종합병원을 짓더라도 병원을 확장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백병원 땅을 보시면 이렇게 대형 오피스 빌딩에 둘러싸여 있어서 병원을 더 크게 짓고 싶어도 확장 자체가 어렵고, 주차장같이 환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하기도 한계가 있거든요.
마지막 이유로는 이미 서울백병원 근처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병원이 많기 때문에 서울시가 주장하는 도심 의료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백병원 근처만 해도 반경 2km 안에 서울대병원(1820병상)·강북삼성병원(723병상)·국립중앙의료원(505병상)·적십자병원(292병상)이 있구요. 반경 5㎞ 까지 넓히면 신촌세브란스병원(2426병상)·고려대안암병원(1050병상)·한양대병원(825병상)·순천향대서울병원(725병상) 등 이렇게 병원이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인제학원 측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도 서울시 입장은 강경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으니, 서울백병원을 성형외과·피부과·건강검진센터 등으로 개발하면 K-의료서비스가 구축되면서 사업성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결국 올해 2월 중에는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땅을 도시관리계획상 종합의료시설로 지정을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늘 서울백병원 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인제학원과 서울시 간 갈등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땅집고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느 쪽 의견에 더 공감이 되시나요? 서울시의 결정 때문에 재산권이 묶여버린 인제학원이 과연 나머지 백병원 4곳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2050년엔 노인 인구가 40%? 초고령화로 실버 주거시설이 뜬다! 시니어 하우징 개발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