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21 07:30
[영상뉴스] ‘1조’ 재건축 여의도 수주전에 '을'이 된 건설사…추가공사비 없이 환급금 최고 ‘5억’
[땅집고] 한국의 맨하튼이라는 여의도가 개발이 시작된게 1968년입니다. 1971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고 1975년에는 국회의사당, 1983년에는 63빌딩이 완공됐습니다.
완공 50년에 임박한 아파트가 늘면서 본격적인 재건축이 시작됩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한양아파트를 놓고 시공사 선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의도는 재건축 아파트는 16개 단지가 있는데요. 살펴보면 1971년~1978년도에 지어져서 2024년 현재 약 50년 차가 됐습니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여의도는 강남권을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맨해튼’이 된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의도는 맨해튼처럼 업무중심지에 자리잡은데다 여의도 공원이라는 거대 녹지와 한강조망권을 갖고 있습니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이 요즘 최대 화제입니다.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어떤가요?
“요즘 재건축을 하면 일정정도 입주자가 건설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분담금이라고 하죠, 그런데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가령, 노원은 아파트 가격이 5억원인데, 재건축 분담금을 5억원을 내라고 해서 사업추진이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한양아파트는 시공사들이 평형에 따르지만 분담금이 아니라 3억~5억원을 돌려줄 수 있다고 제시해 그야말로 ‘로또 재건축의 부활’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
-한양아파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한양아파트는 1975년 지어져 올해 48년차를 맞은 단지인데요. 현재 8개 동에 최고 12층인 588가구 규모입니다. 재건축 후에는 최고 56층, 주거·상업·업무시설 등을 포함한 992가구 주택단지로 바뀌게 됩니다. 한양아파트는 중대형 평수만 있는 단지인데요. 가장 작은 34평도 84㎡가 아닌 105㎡입니다. 매매가는 대략 18억5000만원 선입니다. 가장 큰 평수인193㎡, 즉 63평은 33억원 수준입니다. 멈췄던 시공사 총회가 조만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여의도 일대 아파트 시세는 어떻게 되나요
“여의도는 신축 아파트가 귀하기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작년 10월 18년만의 신축으로, 고급 주거단지인 ‘여의도 브라이튼’이 완공됐습니다. 다만 이 단지는 임대 후 분양하는 방식이라 매매가 비교는 어렵긴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보면 한양아파트 가장 작은 평수와 비슷한 101㎡가 18억7200만원 수준입니다. 이 단지가 4년 후 분양 전환(소유권 이전)에 나서면 분양가가 평당 1억1000만원까지 올라간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사업비만도 조단위일 것 같은데, 어떤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도전하고 있나요.
“실제로 한양아파트는 사업비 규모만 1조4천억에 달합니다. 수주에 도전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입니다. 공교롭게도 현대와 포스코는 작년 수주액 1, 2위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 경쟁했었는데요. 포스코의 공격적인 공세에도 결국 재건축 강자인 현대건설이 수주액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분위기가 뒤집힐 지가 궁금해집니다. 두 건설사 모두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걸며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현대와 포스코는 각각 어떤 전략을 내세우고 있나요?
“우선 현대는 동일 평형에 입주하는 입주민한테는 ‘분담금 0원’에 환급금 3억6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미분양이 생기면 공사비 대신 미분양 가구를 떠안겠다고도 했습니다. 요새 재건축 추가 비용이 들어 소유주들 한숨이 깊어지는데, 추가 비용 없이 웃돈을 얹어준다고 하는 겁니다. 현대로서는 유레 없는 공격적인 제안을 낸 건데요. 그만큼 한양아파트 수주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즘 강남 강북 모두 재건축만 하면 다 추가 공사비를 내는데 여기는 3억원을 돌려주네요? 어떻게 가능하죠?
“이는 종상향에 따른 ‘용적률 마법’덕분에 가능한 건데요. 여의도에서도 한양아파트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두 단계를 점프해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됩니다. 현재 최고 300%인 용적률이 600%로 뛰면서 현대건설에서도 아파트ㆍ상가ㆍ오피스텔 분양 이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건설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이 궁금합니다.
“현대건설이 사업제안서에 제안한 내용을 보면 일반분양가를 아파트는 평당 최저7500만원, 오피스텔은 최저85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포스코가 사업제안서에 제안한 일반분양가는 평당 6000만원 입니다. 현대건설은 해외설계 특화상품 등을 통해 분양수입을 최대한 남겨 입주민들에게 돈을 오히려 얹어주겠다는 겁니다. 현대는 ‘분양수입 보장을 통한 동일평형 입주시 100% 환급’ 조건은 오직 현대건설 제안서에만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나요,
“자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씁니다.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서울 강남과 한강변 정비사업을 수주해 ‘H벨트’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는데요, 한양아파트도 이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남3구역, 개포동, 노량진, 방배동, 반포동 등을 차례대로 따내고 있습니다.”
-한양아파트 수주에 대한 현대의 강한 의지가 돋보이네요. 다른 전략도 있나요?
“그 밖에도 사업비 조달에서도 유리하다는 강점을 내세웁니다. 현대건설은 포스코보다 높은 신용등급으로, 포스코보다 1.27%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HUG보증을 이용하는 포스코와 달리 지급보증 형태라 보증수수료와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에서는 오히려 포스코보다 사업비가 900억 줄어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요?
“포스코는 지난해 내놓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압도적인 금융조건입니다.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공사비 먼저 받겠다고 하는 현대와 달리 포스코는 사업비를 먼저 갚겠다고 하는건데요. 한양아파트는 최근 상가 부지를 매입해 추가 비용이 생긴만큼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금융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우선 포스코는 공사비 지출과 금융비용을 절감해 현대보다 2000억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제안서에는 들어가있지 않지만, 현대 와 같은 조건이면 포스코는 6억 이상도 환급해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포스코는 분양수입금이 발생하면 소유주들에게 환급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사업비 대출까지 상환한 뒤 공사비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현대는 분양수입금이 발생하면 공사비를 먼저 받고 환급금은 입주시 지급한다는 입장입니다. ”
-양측 제안 모두 믿을 수 있나요. 요즘 공사비를 올려 조합과 충돌을 빚고 공사 중단 사태도 많지 않나요?
“한양아파트 사업비가 1조4000억원이고, 순수익은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한양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지출을 줄인 포스코는 분담금이 없어서 안전하고, 현대는 환급금 보장이 어렵지 않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
-두 건설사의 수주전이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던데요. 실제 분위기는 어떤가요?
“주민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두 건설사 모두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는데요. 한 건설사는 단지 내 상가인 롯데슈퍼 매입 당시 단지 주민들에게 서명 동의서를 걷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건설사 중 한곳이 0S요원을 통해 주민총회에도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건설사 모두 여의도를 선점해야 강남이나 목동 등 다음 핵심 사업지로 갈 수 있어 한양아파트 수주에 목을 매고 있는 겁니다.”
-한양아파트 소유주들 반응은 어떤가요?
“한양아파트는 588가구인데요.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 선호도는 양측이 비등비등한 것 같습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이 150명 정도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브랜드 파워를 따지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현대를 선호하고, 대출을 끼고 있거나 수입원이 따로 없는 주민들은 금융조건이 좋은 포스코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 브랜드 파워에서 차이가 있을거 같은데 의외로 포스코가 선방하는군요.
“아무래도 최근 조합 내부 갈등으로 공사가 멈춰선 ‘대조1구역’ 여파가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현장 현대 측이 공사비 1800억원을 못받아 사업이 중지된건데, 아무리 조합 문제라고는 해도 한양아프트 주민들로서는 현대에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생긴게 사실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현대가 브랜드 파워 때문에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하는 반응이 나옵니다. 차로 예를 들면 5000만~6000만원을 주고 그랜저를 살거냐, 7000만~8000만원을 주고 제네시스를 살거냐의 차이라는 의견인데요. 단지 소유주들의 나이대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브랜드 파워는 중요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의도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아파트 브랜드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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