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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골드라인 될 판" 텅텅열차 '공항철도'는 어쩌다 지옥철이 되었나

    입력 : 2024.01.19 07:30

    [영상뉴스] “집값 올라서 좋지만…” 누워서도 간다던 공항철도, 출퇴근 지옥철로 돌변한 이유

    [땅집고] 공항철도 직통열차. /공항철도

    [땅집고] “열차가 서면 집값이 오른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항철도'인데요. 공항철도 수혜지역인 인천 서구 검단이나 청라 집값이 얼마나 올랐나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2002년 검단신도시 평당 분양가가 400만원이 안 됐는데요. 최근에는 원당동 평당 분양가가 1600만원까지 뛰었어요. 20년 동안 1200만원이 넘게 오른 거죠.

    청라도 많이 올랐습니다. 2005년 청라 평당 분양가는 6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평당 1700만원이 넘었습니다. 물론 교통을 포함해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철도가 뚫리면서 인근 신도시가 함께 개발됐고 그 수혜 효과로 가격이 세 배 넘게 뛴 겁니다.

    하지만 공항철도의 최초 도입 목적은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라기보단 ‘여객 운송수단’에 더 가까웠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으리으리한 공항을 만들었으니 그에 걸맞은 고속철도를 건설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된 건데요. 또 당시에는 인천 공항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인천국제공항도로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대체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천재지변 같은 대형 사고라도 나는 날엔 공항으로 가는 연결 수단이 모두 끊길 수 있으니까요.

    [땅집고] 인천국제공항 제 2 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기에 또 중요한 게 ‘정시성’입니다. 시간을 얼마나 정확하게 맞춰서 운행할 수 있느냐는 건데요. 비나 눈이 오면 막히잖아요. 광역 버스나 자차로는 시간을 딱 정확하게 맞출 수 없으니까 정시 도착할 수 있는 철도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05년 개통을 목표로 공항철도 개통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1단계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41㎞ 연결하고, 2007년은 서울역까지 61.5㎞를 연결하기로 했어요.

    정차역도 초반보다 늘었습니다. 지금 공항철도 정차역은 14개지만 초기에는 10개 역만 운행하기로 했었습니다. 고속철도다 보니 정차역을 많이 넣지 않았고, 당시에는 인천 서부 지역들이 개발이 안 된 허허벌판이라 수요가 그만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후에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영종, 청라, 상암, 마곡 등 정차역이 추가됐습니다. 정차역이 늘면서 단순히 공항 수송수단이 아니라 인천 서북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드러나기 시작한 거고요.

    교통망 건설과 함께 공항철도 배후도시 개발도 함께 급물살을 탔습니다.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영종신도시, 마곡 등에서 개발 러시가 이어졌는데요. 당시 대부분의 분양 기사를 보면 검단, 영종, 마곡 등 개발 내용에 ‘공항철도 호재’가 언급됐었어요. 실제로 검단, 청라, 마곡은 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가장 큰 수혜지가 되기도 했잖아요.

    검단 지구는 분당 규모의 새 도시 만들겠다 이런 목표로 2007년 신도시로 낙점됐었는데요. 공항철도랑 연결성이 좋고 가용할 수 있는 택지 규모가 크니까 이걸 감안해서 신도시로 선정됐습니다.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개발이 이뤄졌죠. 마곡도 2008년에 공항철도 신설역으로 지정되고 5 · 9호선이랑 같이 트리플 역세권이 되면서 입지 가치가 엄청나게 올랐고요.

    [땅집고] 출근길 혼잡을 빚고 있는 공항철도 계양역 모습. /공항철도

    이렇게 정차역 인근 집값을 팍팍 띄운 공항철도는 지금은 출근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지옥철이 됐지만, 개통 초기에는 흑역사도 있습니다.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인데요.

    지금 공항철도 타고 출근하시는 분들은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때 당시 기사 보면 ‘썰렁~’, ‘달릴수록 혈세 먹는 하마’, ‘유령열차’ 이런 식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던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지금이랑은 온도 차가 크죠.

    그도 그럴 만한 게 당시 정부가 예상했던 공항철도 하루 이용객은 개통 첫해인 2007년에 21만명, 2010년 49만명, 2015년 67만명 수준이었는데요. 정작 2007년 이용객은 8만명, 2010년 10만명, 2015년 13만명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매해 적자가 1000억원씩 쌓였고요. 폭설 때만 반짝 수요가 올라가서 자립을 걱정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어요.

    예산을 4조원이 넘게 들여서 만들었는데 사람이 안 타니까 수익이 보장될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민간사업자한테 사업을 맡기면서 운임 수입이 예상 운임 수입의 90%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나라에서 보장해 주기로 계약을 했거든요.

    뚜껑을 열어봤더니 일일 평균 수송객이 예상치의 10%도 안 되니까 그 손해를 혈세로 열심히 다 메워줬습니다. 그렇다 보니 공항철도 건설에 참여했던 건설사인 현대건설, 대림건설, 포스코건설 등 건설사를 나라에서 배를 불려줬다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나중에 코레일로 공항철도가 인수되면서 건설사들이 3800억원 가까이 되는 매각차익을 나눠 갖기도 했어요.

    그럼 야심차게 내놓은 공항철도의 수요가 초반에 미미했던 이유는 뭘까요. 개통이 한 발짝 늦어서예요. 인천공항 개항과 동시에 철도가 개통하지 못했거든요. 사람들은 먼저 자리 잡은 리무진 버스 체계가 활성화돼 후발 주자로 참여한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버스 이용을 더 익숙해하니까 경쟁에서 뒤처진 거죠. 특수 목적을 가진 철도로 건설되다 보니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에 편입되지 못한 불리함도 있었고요.

    /공항철도.

    요금도 논란이 됐었습니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서울역 구간 요금은 일반열차 3850원, 직통 9650원 정도였는데요. 2024년 기준으로는 같은 구간 일반 5050원, 직통 1만1000원 정도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죠. 요금이 올랐어도 이용객이 개통 때랑 비교해서 4배 늘어났으니까요. 2007년 8만명 정도던 일일 이용객이 2023년에는 31만명까지 불어났습니다. 매년 1만5000명씩 늘어난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천국제공항이 그때랑 비교해 많이 성장했고요. 영종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 등 인천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늘어 혼잡을 빚을 만큼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땅집고]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일대. /땅집고DB

    앞으로도 공항철도의 높은 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린 인천이 여전히 교통 불모지이기 때문인데요. 인천 서구 인구 증가율도 전국 1위입니다.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죠.

    현재로서 인천은 공항철도에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영종도는 공항철도 외에는 기댈 수 있는 철도 교통수단이 없고요. 검단신도시도 인천1호선 연장 개통이 내년은 되어야 합니다. 5호선 연장이 미뤄져서 수요보다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이 턱없이 부족하고요.

    청라도 7호선 연장을 예정했지만, 현재 지반침하로 건설 공사가 중단되면서 2027년 개통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인천하고 서울 연결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GTX-D노선이라고도 부르죠. 이 노선도 아직 정차역조차 확정하지 못해 갈 길이 멉니다.

    공항철도 이용객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치가 아픕니다. 승강장 확장사업과 증차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계양역은 평일 출근시간대 이용객만 1만명이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라 해결이 급하거든요. 앞으로 검단신도시 3단계 사업과 검암역세권 개발사업이 예고된 만큼 교통지옥은 더 심각해질 텐데, 대책 안 세우면 제2의 김포골드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2025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열차 9편성을 추가 투입하고, 통근 시간에는 운행 간격을 4분대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제2공항철도 사업도 다시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제 2공항철도가 생기면 기존 공항철도 이용객이 분산되길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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