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8 11:42 | 수정 : 2024.01.18 13:12
[땅집고] “어우;;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네요;; 사람 사는 아파트를 이렇게 짓는게 맞는건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 한복판에도 홍콩 ‘구룡성채’같은 아파트가 나타났다는 설명과 함께 게시된 사진이 퍼지면서 화제를 몰고 있다. 문제의 사진에 따르면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오른 고층 아파트에 무수한 창문이 다닥 다닥 나 있는 모습인데, 각 층마다 창문 사이 간격이 다소 빽빽해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해 유명세를 탄 고층 슬럼가인 구룡성채를 연상케 한다는 감상이 적지 않다.
사진 속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상업지역에 입주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이다. 지하 7층~지상 최고 59층, 4개동, 총 1152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다. 2019년 분양 당시에는 아파트 높이가 최고 192m라는 데서 이름을 딴 ‘한양수자인 192’였는데, 입주자들 요구로 단지명이 변경됐다. 시공사는 한양이 맡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외관을 바라볼 때 답답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뭘까. 이 단지 용적률이 991%에 달하기 때문이다. 용적률이란 전체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백분위로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건축 밀도가 높아지고, 외관상 봤을때 아래층과 위층 창문이 협소하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건물이 빽빽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기존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해서 지었다. 2009년 첫 정비계획이 나왔을때만 해도 이 단지는 용적률 880%에 최고 55층 높이로 계획됐다.
이후 시행사인 보성산업개발이 부지가 상업용지라 용적률 최고 1000%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점을 겨냥해 개발 계획을 변경, 용적률을 991%까지 끌어올려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서울시가 수십년 동안 서울의 대표 집창촌으로 남아있던 청량리역 주변을 동북권 부도심으로 바꾸기 위해 이 같은 고밀 개발을 허용해준 영향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렇게 도심에 용적률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장점으로는 한정된 도심 땅에 최대한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어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단지 인근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각종 도시 인프라 이용 편의가 확 떨어지는 것. 실제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의 경우 입주민들이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를 타고 단지에서 중구·종로구나 강남구 등 핵심지로 한꺼번에 이동할 때마다 도로에 병목현상이 발생해, 인내심 테스트 수준으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단지 내부에선 주차난 문제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주차대수는 총 1381대로 가구당 1.19대다. 최근 가구당 자동차를 2대 정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주차대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실제로 이 단지 주차장이 지하 8층까지 마련돼있는데, 입주자들이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지상까지 나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저런 단점이 지적되지만 집값은 동북권 최고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용 84㎡(34평) 20층 분양권이 지난해 8월 15억원에 팔렸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같은 주택형 중층 매물이 14억5000만원 매물이 나와있다. 전세는 보증금 7억3000만~8억5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2억원에 임대료 240만원 수준이다.
청량리 일대에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말고도 용적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아파트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입주한 총 220가구 규모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998%), 지난해 7월 입주한 총 1425가구 규모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995%) 등이다. 2025년에는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898%)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과거 낡은 동네던 청량리 지역이 ‘초고용적률 주상복합’으로 들어차면서 새아파트촌으로 환골탈태하긴 했지만, 외관상 너무 숨막히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을 비롯해 청량리 일대 빽빽한 주상복합아파트 외관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차 타고 가다가 아파트 건물을 봤는데 ‘헉’소리가 절로 났다, 너무 답답해보였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 것도 숨막힐 것 같고, 주차장 나오는 것도 장난 아닐 것 같다. 너무 과밀집된거 아닌가 싶다”는 반응이 주로 나온다.
이 아파트에 가봤다고 밝힌 한 대리기사는 “뭔놈의 아파트가 주차장이 지하 8층까지 있더라”며 “반면 엘리베이터는 지하 7층부터 마련돼있어서 한 층은 걸어 올라왔다. 진입부터 탈출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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