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작년도 30건…불어나는 재건축 공사비 분쟁, 문제는 사업방식?

    입력 : 2024.01.15 07:30

    [땅집고]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땅집고] 고금리에 공사원가 상승,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재건축 사업비를 둘러산 분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업시행자가 리스크를 떠안는 도급제 사업방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나 분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가 접수한 지난해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총 30건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검증 건수는 줄곧 늘어나 30건대를 유지 중이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9년 2건을 시작으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까지 늘었다.

    조합 등 사업시행자는 증액 비율이 10% 이상일 경우 부동산원에 공사비 적정성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쳐도 이견이 잘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분제냐 도급제냐를 둘러싼 다툼부터 시작해 그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이익을 놓고 싸우는 사례까지 다양한 분쟁이 생기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재건축 사업방식 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 우리나라 재건축 사업방식은 분양 후의 리스크를 누가 감당할지로 정하기 위해 ▲도급제와 ▲지분제로 나눈다. 간단히 보면 도급제는 사업시행자가, 지분제는 시공사가 위험을 주로 부담한다. 사업시행자와 시공사는 2000년께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표준계약서에서 도급제와 지분제를 선택해 체결한다.

    우선 도급제는 건물을 짓는 시공사가 고정 공사비를 받아 공사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시행자는 공사비 납부 이후 들어오는 분양 대금 100%를 가져가는 대신 미분양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한다. 공사비가 더 나올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도 내야 한다.

    반면 지분제는 사업시행자가 확정 지분 일부만 약속하고 나머지 이익과 손해 모두 시공사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분양 성패를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시공사라는 뜻이다. 시공사는 사업시행자 측의 지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분양 물량과 상가 분양 후 발생하는 수익금을 공사비로 가져갈 수 있다. 일반분양이 잘될수록 시공사는 이득을 가져간다.

    지분제는 ▲시공사에게 확정 지분을 보장하는 ‘확정지분제’, ▲위험 부담을 사업시행자ㆍ시공사가 나눠 가지는 ‘변동지분제’ 등 두 가지로 갈린다. 확정지분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시행자에게 약속한 지분을 제공한다. 변동지분제는 조건에 따라 지분 비율이 줄거나 늘어날 수 있도록 한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사업시행자는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급제를 택하고, 시공사는 확정지분제를 선호한다.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꺾였을 때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확정지분제를, 시공사가 도급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정비사업지 대부분은 사업시행자 도급제로 이뤄지면서 분쟁이 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리스크를 같이 부담하는 지분제면 싸울 일이 없지만, 도급제로 주로 하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이라면서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분쟁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추가 공사비 분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나라에서 적정 공사비를 정해주는 식으로 개입은 쉽지 않겠지만, 건설사는 전문가 집단이고 사업시행자는 비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해 분쟁 조정 역할을 확대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공사비 중 원가는 30% 정도만 차지하는데도 건설사가 부당하게 공사비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신탁사가 사업시행을 맡는다고 해도 아직은 전문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진 않았다”며 “사업시행자가 객관적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쿠션을 마련해야 공사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 2050년엔 노인 인구가 40%? 초고령화로 실버 주거시설이 뜬다! 시니어 하우징 개발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