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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이나 쏟아놓고 1년 만에 폐업?" 18년째 버려진 부산 스키장

    입력 : 2024.01.13 07:30

    [땅집고] 부산 황령산 자락에 18년째 유령 건물로 방치돼있는 실내 스키리조트 ‘스노우캐슬’.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1000억원 넘게 들여서 지어놓고 1년도 안돼 폐업하다니…그야말로 ‘폭망’이네요ㅠㅠ”

    부산시 남구 대연동 황령산 자락에는 올해로 18년째 폐건물로 방치돼있는 대규모 스키 리조트가 있다. 2007년 개장했던 ‘스노우캐슬’이다. 사업비 1000억원 정도를 들여 지었는데도 문을 연지 1년여 만에 폐업한 뒤 지금까지도 유령 건물로 남아 있어 부산시 대표 흉물로 꼽힌다. 과거 이 건물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00억 들여 지은 부산 대규모 스키리조트, 사업자 부도로 1년만에 폐업

    [땅집고] 2007년 개장했던 부산 ‘스노우캐슬’은 당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실내 스키리조트로 홍보했다. /유튜브 강호의발바닥 캡쳐

    [땅집고] 부산 남구 대연동에 들어선 ‘스노우캐슬’ 위치. /조선DB

    ‘스노우캐슬’은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만4000여평 규모다. 2007년 8월 개장 당시 국내 최초의 4계절 실내 스키장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내부를 보면 길이 276m에 폭 40~60m 규모 스키·보드 슬로프, 길이 110m에 폭 20m 규모 눈썰매장 등을 갖췄다. 두 개 슬로프를 합하면 최대 수용인원이 70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 밖에 건물에는 동계스포츠 장비 매장과 대여·수리점, 스낵전문점, 식당가,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시설 등도 들어섰다.

    [땅집고] ‘스노우캐슬’ 개장 당시 방문을 환영하는 직원들. /온라인 커뮤니티

    ‘스노우캐슬’을 개발한 사업자는 주식회사 스포츠랜드부산이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스포츠랜드부산 측은스노우캐슬이 문을 열면 연간 입장객이 130만~150만명 정도 달할 것이며, 연 매출은 300억원 정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물이 황령산 자락에 들어서기 때문에 부산의 명물로 꼽히는 광안대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조망권을 갖춘 데다, 부산 도심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입지도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방문객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해 건물 내 상가 점포도 총 186개나 짓고 일반 분양했다.

    [땅집고] 사업자인 주식회사 스포츠랜드부산이 2008년 부도나면서 ‘스노우캐슬’도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스포츠랜드부산이 최종 부도나면서 문제가 터졌다. 스포츠랜드부산이 주거래은행이었던 국민은행에 돌아온 만기 어음 25억9000만원을 막지 못해 당해 6월 부도 처리된 것. 채권단이 공매를 통한 ‘스노우캐슬’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건물이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개장한지 불과 1년여 만의 일이다.

    스포츠랜드부산이 망하면서 당시 건설 하도급 업체들이 받지 못한 공사비가 100억원에 달했다.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도 200여명에 투자금 총 63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상가 가치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면서 재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스노우캐슬’은 2008년 4월 진행한 첫 공매에서 감정가가 17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건물을 사겠다는 기업이 없어 공매가 14차까지 유찰되면서 가격이 453억원까지 하락했다. 감정가가 너무 낮을 경우 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 채권단이 도중에 공매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125억에 새 주인 찾았지만…환경단체 반발로 개발 무산

    그러다 부도 5년 만인 2012년 새 주인이 나타났다. 민간투자업체인 에프엔(FN)인베스트먼트가 공매로 125억원에 ‘스노우캐슬’을 매수한 것. 부산의 향토기업인 대원플러스건설, 동일철강, 골든블루 3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기업이다.

    에프엔인베스트먼트는 사업비 1143억원을 들여 ‘스노우캐슬’ 스키돔을 리모델링해 운동시설 등으로 활용하고, 황령산 유원지 안에 있는 잔여부지를 사들여 휴양시설과 유희시설을 추가로 짓는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 사회에선 인수 기업이 개발 의지를 보인 만큼 ‘스노우캐슬’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땅집고] 황령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부산 전경. /부산시

    하지만 황령산 환경 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들 반발로 사업 추진이 가로막혔다. 상가 수분양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개발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혔다. 수분양자 200여명이 에프엔인베스트먼트 측에 ‘건물을 개발해 정상화하려면 상가 지분을 인수해달라’면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보상비까지 합하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더 써야 해서 에프엔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스노우캐슬’은 폐장한지 18년째인 올해까지도 아직까지 유령 건물로 방치돼있다.

    ■부산시도 지원 사격 나섰지만…아직도 유령 건물 신세

    [땅집고] 2021년 8월 부산시와 대원플러스그룹이 황령산 유원지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

    부산시는 ‘스노우캐슬’이 지역 흉물로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2021년에는 ‘부산의 장기표류 과제’ 총 12건 중 하나로 선정해 관리하고, 같은해 8월 에프엔인베스트먼트의 최대 주주인 대원플러스그룹과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을 통한 부산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이다.

    부산시는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스노우캐슬’을 비롯한 대원플러스그룹의 황령산 일대 개발사업을 도우려고 시도했다. 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에는 황령산 정상에 25층(70m) 규모 전망대를 조성하고, 황령산 정상과 도심인 서면을 잇는 케이블카인 로프웨이(540m)와 관광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을 내놓은 것.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은 “황령산 봉수대 야경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의 관광자산”이라며 “특히 ‘스노우캐슬’은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돼 언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땅집고] 대원플러스그룹이 제시한 황령산 전망대 조감도. /대원플러스그룹

    하지만 ‘스노우캐슬’이 정상화 절차를 밟으면 황령산이 망가질까 우려한 부산환경회의와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또 다시 개발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생태환경적 가치가 높은 황령산 정상부에 대규모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짓고 500여m를 오가는 로프웨이를 설치하는 것은 지역 공공재를 개발업자에게 팔아넘기고 개발업자의 이해를 돕는 노골적 행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앞으로 부산시가 황령산 개발 허용을 통해 ‘스노우캐슬’ 정상화를 도우려면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건축위원회, 건축경관심의위원회, 공원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많은 절차가 남아 있는데다 환경파괴·특혜시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 ‘스노우캐슬’이 활기를 찾으려면 부산시 지원을 받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역 사회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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