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3 07:30
[영상뉴스] "이렇게 아름답던 오션뷰가…" 부산 69층 초고층 주상복합, 다닥다닥 콘크리트 뷰로 나락행
[땅집고] 안녕하세요, 땅집고 연구소입니다. 최근에 제가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아주 비극적인 사진을 발견해서 오늘 한 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이 사진입니다. 부산 서구 송도 바닷가에 들어선 69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입니다. 2022년 입주한 신축인데요. 이 단지 바로 앞에 새아파트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죠. 그런데 두 건물이 얼마나 가까운지 공사 중인 건물 그림자가 뒷 건물에 그대로 다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물끼리 딱 붙어있으면 아파트 거실창 뷰가 어떨까요. 창문을 열면 바로 옆 집 건물 콘크리트 벽이 보인다고 해서 일명 ‘콘크리트 뷰’ 아파트가 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주택시장에서 ‘뷰’, 조망권이 삶의 질이나 집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아파트가 처음부터 콘크리트뷰였던 건 아니겠죠. 원래는 부산 송도 바다쪽으로 툭 튀어나온 땅에 들어서면서 완벽한 오션뷰를 자랑하는 단지가 될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2018년에 분양했는데 당시 서부산권 일대에서 최고 높이였던 243m로 짓는 만큼 랜드마크급 오션뷰 아파트가 될 것이란 분양 광고도 있었고요. 광고를 믿고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2022년 5월 입주하면서 너도나도 거실창으로 보이는 탁 트인 오션뷰를 사진 찍어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와 송도 바다 사이에 있던 쪼가리 부지에 최고 38층 높이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조망권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층수를 고려하면 대략 40층 이하 주택은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가장 피해가 큰 곳이 총 3개동 중 바닷가와 맞붙어있는 A동인데요. 이 중 새 건물쪽으로 거실창이 난 전용 138㎡(59평) 6·7라인, 116㎡(49평) 5·8라인 중 40층 미만 주택은 필연적으로 오션뷰를 일부 잃어버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정말 안타까운게 이 단지에서 가장 큰 평수가 59평인데 이 주택형 뷰가 망가졌으니 분양받은 분들 난리났겠죠. 실제로 내부에서 보면 이 사진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요. 거실 창문을 열어도 바깥으로 옆 건물 콘크리트벽밖에 안보이는 식입니다.
이렇게 조망권이 망가지면 당연히 어느 정도 집값에도 영향을 주겠죠.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59평 33층이 13억원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네이버 부동산 매물을 보면 조망권이 박살난 저층·중층 호가가 가장 낮은게 11억8000만원~11억9000만원. 실거래가랑 비교하면 1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입니다.
반면 고층이라서 새 생활형숙박시설 건물 영향을 안받는 집들은 17억, 20억에도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뷰에 따른 호가 차이가 굉장히 크죠.
‘아니 근데 애초에 대체 왜 이렇게 아파트를 딱 붙여서 짓는 걸까요?, ‘분양받은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법적으로 문제 없나요?’ 이런 궁금증 드시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두 아파트가 상업지역에 들어서면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거든요.
현행법상 우리나라 모든 땅은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용도지역이라는 걸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요. 아파트처럼 주거용 건물을 지을수있는 주거지역, 쇼핑몰 등 상가를 지을수 있는 상업지역, 공장이 들어서는 공업지역, 농사가 가능한 녹지지역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업지역에선 옆 부지와 최소 50cm 간격만 띄우면 얼마든지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모두 상업지역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유형인데, 아무리 사람이 사는 주거용도라고 해도 주거지역에 짓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보장 안해주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알고 보면 전국 곳곳 상업지역에 콘크리뷰 아파트가 엄청 많습니다. 부산 해운대 ‘비치베르빌’. 여기도 바로 앞에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오션뷰가 콘크리트뷰 된 비극적인 사례구요. 서울 용산구 ‘이안3차’도 바로 앞에 오피스텔이 지어지는 바람에 창문으로 보이던 공원뷰가 사라졌습니다.
이런 딱 붙은 아파트, 콘크리트뷰 아파트 피할 수 있는 꿀팁도 같이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지금 보시는 집이 상업지역에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인데, 거실창 나있는 쪽이 대로변이 아니라 다른 부지과 맞붙은 쪽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땅이 언제 고층 건물로 개발될지 모르니까요.
새아파트 분양받으시는거라면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이 부분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유의사항’ 이라는 항목이 공고 뒷부분쯤 있는데요. 단지 근처에 어떤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지 시행사 건설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추후 민원이나 분쟁을 피하려고 여기 적어둡니다. 대신 좀 두루뭉술하게 기재돼있는데요.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만 해도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인접지역 개발로 인해 향후 입주 시 환경권 및 생활권이 침해될 수 있음’, ‘일조권·조망권·환경권·소음피해·사생활권 침해 등이 발생할 수 있음’. ‘할 수 있음’ 이라고 기재돼있긴 하지만 그냥 100% 발생하는거라고 해석해주시면 되겠죠.
우리 땅집고 구독자 여러분들은 오늘 연구소 내용 꼭 참고하셔서 콘크리트뷰 아파트 피하시고, 재산권도 지키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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