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5 07:30
[땅집고]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소형 저가주택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고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가운데, 자칫 ‘제 2차 전세사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연말 사이에 준공한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비아파트 소형주택이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할 시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을 위한 주택 수 기준에서 제외하고 세금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즉, 비아파트의 경우 앞으로 몇 채를 사더라도 다주택자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규제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인기를 누렸던 아파트 대체 상품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아파트 대체 상품들은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지난해 아파트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수요 진작 정책이 투기 심리를 자극해 제 2의 전세사기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촉발된 전세사기 문제가 바로 소형 저가주택의 다주택 갭투기로부터 시작된 만큼 이번 대책도 또 다른 전세사기 사태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규제 완화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지난 정부에서 축소했던 혜택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건전성’을 갖춘 다주택자 혹은 임대사업자를 선별할 수 있는 일종의 여과 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0채를 사서 똑같이 임대를 한다는 조건이라면 전세금 반환을 할 수 있는 자금력 있는 사업자가 있는 반면, 자금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세 차익만 노리고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의 옥석 가리기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자금 여력이 없거나 국세 체납 이력이 있는 임대인을 골라낼 수 있는 여과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활성책을 펴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금력 없이 시세 차익을 노릴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지방 미분양 주택이나 신축 주택을 대거 매입해 임대했다가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대규모 전세사기가 또 한 차례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통계적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율은 주택 6채를 보유한 경우부터 급격하게 올라간다”면서 “자금력이 없는 상태에서 수십 채씩 구매할 수 없도록 전세가율 상한제나 전세권 설정 의무화를 병행하는 동시에 자기 자본을 최소 30% 정도는 투입하도록 하는 안전한 임대사업자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현행법상 국세 체납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다”면서 “임차인 입장에서만 임대인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라고 할 뿐 국가 차원에서 의도적인 투기 목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는 수요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약을 없애는 데 목적을 뒀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방 미분양, 소형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같은 경우도 정부가 시장에 대해 엄청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에 방점이 있다"면서 "중과세의 경우 당초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발표했던 것인데 지금은 투기 시점이 아니니 빼줘야 한다"고 밝혔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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