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1 07:30
[땅집고] 정부가 부동산 침체,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위축된 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책을 대거 발표했다. 도시형생활주택(도생)과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사업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비아파트 소형주택의 구입 부담을 낮춰 공급난과 전세대란 등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그간 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세금 규제 완화와 주택 수 산정 제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획기적인 수준의 완화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아파트의 경우 앞으로 몇 채를 사더라도 다주택자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기 떄문이다.
■비아파트, 주택 수 빼주고 임대료 제한 풀어준다
10일 공개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내용 중 비아파트 대책은 도시·건축규제, 세제·금융, 등록임대 사업 여건, 기업형 장기 임대 활성화 등 기존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담겼다.
먼저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하거나 비아파트 소형주택을 매입 시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주택·아파트가 아닌 공동주택·도생·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최초로 구입시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빼주기로 했다.
다만 기존 1주택자가 추가 구입할 경우 1세대1주택 특례는 적용하지 않는다. 또한 기축 소형주택은 앞으로 2년간 구입 또는 임대등록을 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즉, 몇 채를 매입해서 보유하더라도 세금 계산 시에는 다주택자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소득세법 시행령과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다음 달 중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020년 폐지한 비아파트 소형주택의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하고, 기업 중심의 등록임대주택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기업형 임대사업자 혜택도 확대한다. 기업형 사업자 육성책을 통해 등록임대 세제혜택 적용주택 대상을 확대하고 기금융자 한도 상향 등을 추진한다.
또한 초기 임대료 제한 및 임대료 증액 추가제한을 완화하고 의무임대기간 중 임차인이 변경되면 임대료 시세반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소형주택의 임대 물량을 늘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투기라도 좋으니…비아파트 시장 붕괴 위기 막는다
이번 1.10 대책에 주택 수 제외를 비롯해 전방위적인 비아파트 규제 완화책이 포함된 이유는 비아파트 시장이 붕괴 위기에 처해있기 떄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는 입장과 함께 아파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오피스텔 건축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로 인한 인구 변화도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는 인구 변화로 인해 지난해 2183만 가구였던 국내 총 가구 수가 2025년 2231만 가구, 2030년 2318가구, 2040년 2387가구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서민과 소형 가구를 위해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는 점에서는 반길만 하나 비아파트 활성화에만 대책의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정작 아파트에 대한 공급 활성화 방안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는 도생, 오피스텔, 빌라와 비교해 대규모 단지로 구성된 데다 양질의 주거 인프라를 갖춰 주거 선호도가 높은 주택이다.
최근 아파트 공급은 높은 금리에 매수 심리가 꺾인데다 공사비가 급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위기가 겹치면서 급격하게 줄었다. 아파트 공급의 주요 축인 재건축과 재개발도 공사비 상승 여파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수도권의 빌라나 오피스텔은 투기라도 괜찮으니 매입을 독려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와 과중한 세제로 소형주택 공급이 거의 끊긴 상태라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이러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올해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입주물량 부족 등으로 전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교적 건축 속도가 빠르고 늘어나는 1~2인 주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비아파트라도 공급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은 아파트 위주의 주거 선호 현상과 고금리, 전세사기 이슈로 수요 및 공급이 일부 감소한 준주택의 유통, 공급 규제를 완화해 시장 수요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분석된다”며 “1~2인가구가 밀집한 수도권 역세권 중심으로 사업추진 검토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주택 분양수요 급감과 관련 PF대출 시장 냉각으로 빠른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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