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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에서 하루아침에 모텔주인" 남양주 별내, 불법 생숙타운된 까닭

    입력 : 2024.01.10 07:30

    [영상뉴스] “오피스텔 변경될 줄 알았는데…” 내 집인데 불법 주거 된 ‘생숙’, 별내신도시 무슨 일

    [땅집고] 전국 주요 생활형숙박시설 현황. /임금진 기자

    [땅집고] 8만명이 사는 남양주 별내신도시에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만든 괴물 상품 ‘생활형숙박시설’이 2000호실 넘게 있습니다. 베드타운이라고 불리는 곳에 생숙 폭탄이라 불릴 만큼 공급량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앞으로 생숙 공급이 추가로 더 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생숙은 이행강제금 이슈가 불거지면서 ‘원수한테 권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확 식었는데요. 저희가 지난 11월 ‘제2의 코엑스라더니 곡소리난다는 내용을 전했듯이, 별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생숙이 베드타운에 잔뜩 지어진 이유와 문제점에 대해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생숙은 바닷가를 낀 여수나 해운대, 안산을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규모가 큰 것들만 추려도 1만 가구가 넘습니다.

    문제는 별내신도시는 이런 바닷가는 고사하고, 박물관을 포함한 제대로 된 관광시설 하나 없는 베드타운입니다. 곧 개통하는 8호선을 제외하면 교통망도 안좋습니다. 숙박업 수요가 전무한 곳이죠. 숙박업 등록을 해서 운영을 해도 실익이 없습니다.

    하지만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이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물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인데요. 별내 신도시에서 2020년 전에 지어진 생숙은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충족해 용도변경이 가능할 줄 알았으나 남양주시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별내에서는 생숙으로 인한 갈등이 상당합니다. 생숙 입주민들은 영하 10도 날씨에도 불구하고, ‘용도변경 촉구’ 시위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숙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땅집고] 2017년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선보인 생활형숙박시설 이미지. /현대산업개발

    우선 생숙은 잘 아시겠지만, 2012년 도입된 서비스드레지던스입니다. 그런데 이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해외에 있던 주거와 호텔을 결합한 형태가 한국에도 등장했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수록 같이 증가했습니다.

    없던 게 생기면서 관련 분쟁도 발생합니다. 당시엔 오피스텔을 숙박업소로 몰래 쓰는 경우가 많았던 건지, 2010년 대법원은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선 숙박 불가”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금과는 완전 딴판인 상황입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2011년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해서 레지던스를 부활시켜줍니다. 생숙이 처음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이 시설은 상업지구에만 지으라고 했습니다.

    [땅집고] 메가볼시티 사업계획안. /독자 제공

    그런데 이게 바로 별내신도시에서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합니다. 별내신도시에는 상업지구가 딱 별내역 근처에만 있습니다. 쇼핑몰을 유치하려고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한 땅입니다.

    실제로 원래는 이중 5개 부지에는 판교의 알파돔시티처럼 ‘메가볼시티’가 들어오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됐고 2017년 부동산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가 이 땅을 다 샀습니다. 사실상 이 사업권을 넘겨받은 셈이죠.

    그런데 이 땅이 조금 특이합니다. 보통 분당이나 일산 같은 신도시 역세권에는 오피스텔이 많은데, 여기는 오피스텔 대신 생숙이 있는 이유입니다.

    바로 별내신도시 지구단위계획에선 화이트코리아가 샀던 가장 큰 땅 말고 다른 상업용지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못 짓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지구단위계획은 2000년대 초반 별내지구 개발 당시부터 정해졌던 겁니다. 남양주시가 2013년 전에 부지 하나에는 오피스텔을 가능하게 바꿔준 것 말고는 바뀐 적이 없습니다.

    [땅집고] 별내신도시 상업지구 S3블록에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된 내용. /독자 제공

    그래서 디벨로퍼들은 숙박시설을 아파트처럼 지어서 판매합니다. 아파트를 짓는 게 가장 수익이 남지만, 아파트도, 비슷한 오피스텔도 안 되니까 차선으로 이걸 선택한 겁니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방3개 화장실 2개 구조에 피트니스클럽, 사우나 등 아파트에 들어가는 커뮤니티 시설도 넣고요. 주차대수도 호실 당 1대로 생숙 치고는 매우 넉넉하게 줬습니다.

    홍보문구에도 주거시설 문구를 썼고, 혹시 숙박업소로 쓸까봐 분양자들한테 주거 사용서약서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이걸 막는 사람도 없었고, 막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메가볼시티를 땅을 샀던 화이트코리아도 생숙 분양을 준비합니다. 법에서 생숙을 상업지구로만 제한했던 이유는 숙박시설이 아무래도 학습환경을 저해하거나, 불건전한 면이 있어서 였는데, 여기서는 이게 허점이 됐습니다.

    [땅집고] 생활형숙박시설 주거 사용 규제하는 내용. /국토교통부

    그러다가 부동산 가격이 점점 상승하면서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아파트는 물론이고, 비아파트인 오피스텔까지 불티나게 팔렸는데요.

    결국 2021년 국정감사에서 생숙도 지적을 받습니다. 집처럼 생겼지만, 전매나 청약이 가능해 특혜를 누린다는 겁니다.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말도 있는데, 생숙은 오피스텔처럼 취득세를 4.6%를 내기 때문에 단순히 유리하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어쨌든 국토부는 앞으로 생숙에선 주거가 불가능하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소로 쓰라고 합니다. 생숙은 주택도 준주택도 아니지만, 주택처럼 쓰이니 규제 적용 대상이 된 거죠.

    결국 지자체가 용도변경이나 숙박업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안양이나 제주도, 인천 남동구 같은 데서는 ‘아 여기는 집처럼 쓰는구나’ ‘숙박업을 하는 구나’ 조사를 하고, 실제 사용 용도에 따라서 숙박업 등록이나 오피스텔 변경을 유도했습니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오피스텔 특례 부칙에 날짜만 있고,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국토부도 ‘10월14일까지 용도변경을 마쳤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줬습니다.

    용도변경 기한이 10월14일까지라고 알려졌지만, 그게 접수 기준이 아니었던 거죠. ‘수능 접수 기한이 있지만, 그 전에 수능 접수를 완료하지 않았으니 시험을 못 본다’는 그런 말입니다.

    남양주시는 최근에는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소유주가 직접 시청에 와서 서류를 내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저희 땅집고 취재 결과, 관리인은 선출된 입주자 대표였습니다. 민원 때문에 업무가 안될 지경이지만, 1700여명이 다 직접 시청에 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앞뒤가 안맞습니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은 별내역 앞에 '포레나 별내역' 분양 준비 중이다. /독자 제공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생숙을 허가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건설이 가장 입지가 좋은 땅에 또 생숙을 지을 예정이고, 남은 땅 역시 생숙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와서 주민 반발이 상당합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남양주시는 8호선이 개통하면 장기투숙할 사람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숙은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서 고분양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투자자가 생숙을 싸게 임대해줄지 의문인데요.

    초역세권이지만 공실 폭탄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동시에 모두 숙박업을 해도 문제입니다. 임대업체를 통해서 관리한다지만, 실상은 무인텔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모두 오피스텔로 바꿔줄 수도 없습니다. 특혜의혹때문입니다. 주거형 오피스텔 가격은 아파트 의 70% 정도고,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어서 생숙 가격이 갑자기 훅!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생숙이 오피스텔이 됐다고 가격이 뛴 사례도 없습니다.

    그런데 생숙 자체가 워낙 ‘투기’ 프레임으로 씌워져 있어서 현재는 이걸 오피스텔로 해주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땅집고] 별내신도시 생활형숙박시설 입주민들이 남양주시청 앞에서 릴레이시위를 하는 모습. /독자 제공

    결국 생숙을 만든 사람은 있지만, 해결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생숙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양주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그리고 국토부가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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