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09 10:28
[땅집고]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입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과거 워크아웃을 거쳤던 기업들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워크아웃은 태영건설뿐 아니라 현대건설은 물론,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굵직한 기업이 휘청일 때 마다 ‘산소 호흡기’ 역할을 톡톡히 하며 기업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건설사는 높은 재계 순위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거친 회사가 많은 편이다. 수주액 5조2487억원으로, 2000년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건설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에 올랐던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2001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시작했다. ‘업계 1위’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이후 워크아웃 졸업까지는 걸린 시간은 만 4년. 현대건설은 2005년 연말 워크아웃 졸업을 사실장 확정지었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끝낼 당시 매출액은 5조849억원, 수주액은 9조4208억원 수준이었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든든한 형님을 잃고 워크아웃 사태에 빠졌던 적이 있다. 외환위기로 산업계 전반에 칼바람이 불어닥쳤던 1999년의 일이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진입한 영향으로, 2002년 뒤따라 워크아웃 적용을 받은 사례다. 1999년 당시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 법인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룹 해체 이후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2월 중흥그룹에 둥지를 틀었다.
1999년 봄 쌍용건설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들은 2년 간 5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경기도 용인과 부산 등에서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해 수익을 내는 등 5년 넘도록 뼈를 깎으면서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졸업 직후 한국경제 인터뷰를 통해 “6년의 세월을 죄인으로 살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또 다른 이름인 ‘기업개선작업’이 모든 기업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주요 건설사 중 워크아웃 1호가 됐던 곳은 1998년 당시 도급순위 5위였던 동아건설이었다. 1997년 12월 기준 재계서열 10위 동아그룹 계열사던 동아건설은 198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사로 불리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회사 반열에 올랐던 회사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국내에서 신규 사업 대신, 이주비가 드는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에 몰두하면서 차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제2금융권으로부터 단기자금을 빌렸던 게 화근이 됐던 것이다.
동아그룹은 부실경영 의혹에도 휩싸였다. 결국 2000년 11월 동아그룹 전체가 법정관리 대상기업이 됐으며, 2001년 5월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건설은 물론, 전 기업이 공중분해됐다.
경영진이 뼈를 깎는 노력을 보였으나, 끝내 역사속으로 사라진 기업들도 있다. 2010년 ‘블루밍’ 브랜드를 가진 벽산건설은 1000여명에 달하던 직원을 470명으로 확 줄이면서 자구노력을 기울였으나, 2013년 법정관리를 거쳐 매각 절차를 밟았고, 2014년 4월 파산했다.
‘메르디앙’으로 전국에서 주택 사업을 하던 월드건설 역시 워크아웃 3년 차이던 2011년 법정관리를 면치 못했다. 이 회사는 현재 ‘월드건설산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는 듯 하지만, 사실상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유통이나 보험·금융, 조선업계 등 다른 업계보다 건설사 워크아웃 사례가 유독 많은 이유로 대출 의존도를 꼽는다.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 뿐 아니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건축물을 지을 때 사업비의 일부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충당하며, 추후 분양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다.
이러한 사업구조로 인해 규모가 작은 사업이라도 분양에 실패해 자금이 묶이게 되면 곧바로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다. 태영건설 역시 성수동에 짓던 지신산업센터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 약 400억원으로 인해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지난해 말부터 부도설에 휩싸였다.
한편, 채권단 협의회는 오는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우발채무 규모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은 1조6000억원 상당의 자구책을 내놨고,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실의 눈총을 사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남의 뼈 깎기'라며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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