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05 16:38
[땅집고] “양산 사는 친구 집 놀러갔다가 무슨 유령도신 줄 알고 깜짝 놀랬어요. 이렇게 공실 많은 건물은 진짜 처음 봤거든요.”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신도시에 들어선 대규모 상가 ‘라피에스타’.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12만8778㎡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했다. 축구장 11개와 맞먹는 크기로, 당시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에선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이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완공한지 6년째인 지금까지도 총 630여개 점포중 60~70% 정도가 공실로 방치돼있어 초대형 유령상가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라피에스타’가 이렇게 텅텅 비게 된 이유가 뭘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산 증산신도시 지역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큰 쇼핑몰을 지은 것 자체가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분석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권 배후도시 개념으로 증산신도시를 개발할 때만 해도 해도 양산시 인구가 총 50만명은 될 것이라고 보고 도시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인구가 35만명으로 예상보다 적은 데다 물금읍 인구 역시 12만명에 그치고 있어 더 이상 끌어올 유동인구가 없다는 설명이다.
외부 수요를 유인하기도 입지상 불리하다. 경남권 핵심 지역인 부산이나 울산에서 라피에스타에 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40~50분 넘게 가야할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러던 중 ‘라피에스타’에 단비같은 소식이 찾아오기도 했다. 과거 LG패션 사명을 썼던 대기업 의류 생산 업체 LF가 상가 1층 200여개 매장을 빌려 아동·스포츠·골프·남녀정장 등 브랜드 의류와 잡화 등을 판매하는 복합 쇼핑몰인 ‘LF스퀘어몰’ 선보이겠다는 계획이 등장한 것.
실제로 2022년 12월 ‘라피에스타’ 운영 대행사인 (주)라스타와 LF네트웍스는 LF스퀘어몰 조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3년 3월 입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역 사회에선 LF스퀘어몰이 들어서기만 하면 ‘라피에스타’가 살아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추석쯤 운영을 시작한다던 LF스퀘어몰은 현재 매장 공사조차 돌입하지 않은 상태다. LF네트웍스가 LF스퀘어몰을 인테리어하는 비용을 임대수익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상가 소유주들과 임대차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일부 소유주들이 이를 불공정계약이라고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여기에 (주)라스타 역시 LF네트웍스에 계약금을 제 때 정산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아예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 입장에선 대규모 유령상가인 ‘라피에스타’ 때문에 지역 상권이 점점 더 침체되어가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양산시는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지역 상인단체와 협의해 11억원을 투입해 LED 조명을 설치해 골목을 꾸미는 ‘빛의 거리’ 사업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4000만원을 들여 증산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지역 대학 및 의류 기업 등과 연계해 패션 페스티벌 여는 등 노력도 펼쳤다.
하지만 ‘라피에스타’가 지역 수요를 초과하는 초대형 상가인 데다,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지역 소멸이 가속화하는 시기에 양산시에 상권을 쉽사리 살려내기는 어려워보인다는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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