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02 17:49 | 수정 : 2024.01.02 17:50
[땅집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겪던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태영건설 주식 매수를 시도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워크아웃 여파로 태영건설 주가가 1년 전 대비 반토막으로 추락한데다 정부가 태영건설 회생과 건설·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신속대응반 TF를 구성하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2일 태영건설과 태영건설우선주(태영건설우)의 주가가 급등했다. 태영건설은 전일 대비 13,17% 오른 2620원, 태영건설우는 29.98% 오른 3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뒤 다시 반등한 것이다.
이날 네이버 증권 내 태영건설과 태영건설우 종목토론실에는 태영건설의 주가 향방에 대해 논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나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데 망할 일은 없다”, “이미 워크아웃 악재가 다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에 매수했다”는 의견이 나온 반면, “보증채무 규모가 9조원인데 이걸 매수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면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 같다”등의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말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PF 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을 꾸려 건설과 PF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공사 차질이나 수분양자, 협력업체 피해가 없도록 유사시 신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 지원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투자해 기업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채안펀드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고, 건설업체의 회사채에 대한 차원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채권은행인 KDB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면서 “이에 따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채무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총 4조4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PF 우발채무가 7200억원에 이른다. 자기자본대비 채무비율이 3.7배로 과중하다는 평가다.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채권자를 상대로 자구안에 관한 설명회를 열고 계열사 매각과 자산 및 지분 담보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서울방송(SBS), 블루원, 에코비트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미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은 계열사를 제외하면 태영그룹이 활용할 수 있는 주요 계열사는 SBS와 블루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태영 일가의 대규모 사재출연과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태영그룹 창업회장인 윤세영 회장은 2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새해 인사 글을 통해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회장은 “작년 영업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흑자 부도를 막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 상황이 너무나 야속하고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태영건설과 지주회사 임직원이 온 힘을 다해 부도와 법정관리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금융시장 탓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도 사과와 함께 태영건설을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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