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9 07:30
[땅집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결국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하긴 했지만 대형 건설사가 PF부실로 무너진 사례가 10년 만에 발생,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태영건설처럼 재무구조가 악화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건설사가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19~2021년 건설사마다 개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는데, 지난해 시장이 침체하면서 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최악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국내 100대 건설사 중 45곳이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전국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폭락하며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집주인들이 쏟아졌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과거 상위 건설사 100곳 중 45%가 워크아웃…금융위기 악몽 재현되나
지난 2년 동안 회생절차를 밟았던 건설사 중 순위가 가장 높았던 곳은 75위인 대우산업개발이었다. 하지만 이달 28일 16위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위기가 경제 전반에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부동산 호황기 때 각종 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건설사들이 올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기점으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당시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 정도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008년 7월 말 기준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 처리를 받은 건설사가 총 45곳에 달할 정도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요 건설사 55곳 중 17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건설업계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위험’으로, 300%를 넘으면 ‘고위험’으로 분류하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상황이 악화한 건설사가 적지 않다.
■집값 폭락, 하우스푸어 속출의 전조 현상?
10년 전 금융위기 사태와 비슷한 방식으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경우 국내 주택시장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시 집값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가파르게 치솟다가 급격히 하락 전환하고, 시장 상승세를 견인하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도 수억원씩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위기 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했던 집주인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2008년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치솟으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속출한 것.
당시 정부가 기준금리를 6차례나 조정해 5.2%에서 2%까지 낮추는 등 가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지만 이미 경기 침체기로 진입한 탓에 하우스푸어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하우스푸어가 156만9000가구, 총 가구원 수는 549만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에 살면서 아파트를 보유한 30~40대 중산층이 2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 및 건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태영건설처럼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더 나오면서 시장에 큰 파동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 자재를 납품하거나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는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건설사에 돈을 빌려줬던 금융기관 역시 대출금 회수 불능 등으로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앞으로 금융기관은 건설업계에 신규 대출, 만기 연장, 브릿지론 전환 등과 관련해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활황이었던 시장 상황에서 과도하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 했던 기업들이 겪는 경영상 난관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을 통해 “건설업은 후방 연쇄 효과가 크다는 특성이 있어 업계가 흔들릴 경우 실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라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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