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8 10:59 | 수정 : 2023.12.28 11:09
[땅집고] 자금난에 처한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13년 쌍용건설이후 10년만의 대형 건설사 워크아웃신청이다. 업계에서는 제2, 제3의 태영건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SBS 등 알짜 계열사를 갖고 있는 11조 태영그룹의 모기업 태영건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부동산 불패론의 저주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태영건설, ‘문어발식’ 확장했나…’부동산 불패론의 저주’ 보여주는 대표 사례
이날 400억원을 시작으로 29일과 다음달인 1월 초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만기를 앞뒀다. 태영건설을 워크아웃으로 이끈 첫번째 채권은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한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 관련 브릿지론이다.
노후 공장부지를 오피스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지스자산운용과 태영건설은 사업을 위해 1600억원에 부지(노후 공장 외 5개 필지)를 사들였다. 특히 3.3㎡(1평) 당 금액이 무려 1억5000만원’에 달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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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PF 보증액은 지난 2020년부터 급격히 뛰었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린 사이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PF 보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저금리에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사업만 벌이면 완판이 된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건설업계를 휩쓸고 있었다. 태영은 현대 삼성 대우 포스코 등 빅5에 비해 브랜드 지명도 낮아 사업성이 좋은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수주가 어렵자 지방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태영건설은 구로 지식산업센터, 성수동 오피스1·2·3개발사업,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 독산동 노보텔 개발사업 등 다양한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PF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총 48개다.
이러한 사업을 수주하는 사이, 태영건설의 지배주주지분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 규모는 236%에서 593%로 2배 이상 뛰었다. 문어발식 수주를 이어가면서 부채가 급증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치달은 것이다.
태영건설이 자체 사업 의존도를 높였던 점도 위기를 초래한 배경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위험도가 크다는 점에서 한 해 분양 물량의 10~20% 정도만 자체 사업으로 가져간다. 다만 태영건설은 매년 부동산 개발 자회사를 통해 자체 사업 의존도를 높여왔다. 부동산 경기가 풀렸을 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나, 침체된 경우엔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태영건설의 PF 우발 채무 규모는 3조 50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3.7배에 이른다. 특히 이중 절반은 미착공 또는 분양 개시 전 사업장이다. 지난 2~3년간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업을 확대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꼬꾸라지면서 빚만 늘어난 것이다.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에 이른다.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이 임박해지면서 SBS 주가가 강세다. 28일 오전 9시 26분 기준 SBS는 전 거래일 대비 9.46% 오른 3만3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태영건설이 재원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SBS를 매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SBS의 최대주주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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