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8 07:30
[땅집고] 쿠팡이 세계 최대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를 품에 안았다. 쿠팡 18일 약 6500억원에 파페치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파페치 인수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이 원화 기준 2000억~3000억을 왔다갔다 하는 수준의 회사를 6500억원 주고 비싸게 인수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파페치의 글로벌 유통망을 보면 헐값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응이 극과 극이다. 서학 개미를 중심으로 1년째 2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쿠팡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희망도 나온다.
올해 국내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3분기 매출이 8조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유톱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은 파페치 인수로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패션과 명품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건 2020년 싱가포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훅(hooq)을 인수한 데 이어 두번째다. 파페치는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베네스가 2007년 창업하고 현재 190개 나라에 온라인 전자 상거래로 패션 의류를 판매하는 앱이다. 대부분이 명품 의류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한 플랫폼이다.
파페치는 뉴욕거래소에서 시총 3000억도 안 되는 상태다. 파페치는 영국 법에 의거해 사전 회생절차를 밝고 있다. 반면 쿠팡 시총은 37조다. 파페치는 명품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6억7500만 달러(약 8800억 원)를 들여 이탈리아의 패션 업체를 인수했고, 또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의 지분 매입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투입했다.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 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사업난으로 인해 파페치의 기업가치는 90% 이상 내려앉았다. 한 때 8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도 0.5~0.6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올해 안으로 5억 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면 도산할 것이란 우려도 확산했다. 쿠팡이 파페치의 동아줄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쿠팡 측은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파페치로부터 엄청난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초 모건스탠리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지난해에만 약 20조9000억 원(168억 달러)에 이르는 명품을 구입하면서 1인당 명품 소비 1위 국가에 올랐다.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쿠팡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명품 카테고리를 취급하겠다고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쿠팡의 이번 인수로 쿠팡 물류역량과 어떤 시너지를 보일 지, 로켓배송 서비스를 명품 분야에 어떻게 선보일 지가 관심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이번 쿠팡의 파페치 인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화점 내 명품 매출 비중은 40%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가 반가울 리가 없는 건 확실하다. 파페치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에루샤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쿠팡의 온라인 명품 시장 진출이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에 부정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백화점 산업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장기적으로는 백화점 명품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명품은 단순 판매가 아닌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모조품 논란을 자주 겪는 쿠팡이 정품 인증, A/S 등에 철저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쿠팡이 국내 명품시장을 타깃으로 했다면, 국내 명품 온라인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했을 것”이라며 “6500억원을 주고 파페치를 인수한 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봐야한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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