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할 때는 주거시설 이젠 불법 거주?" 남양주 생숙 주민 망연자실

[땅집고] “주거와 숙박이 가능한 건물이지만, 주거용으로만 쓴다는 각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숙박업을 등록하거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바꾸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물린다고 해서 오피스텔로 바꾸기로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남양주시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엄동설한에 주민 5000명은 어디에 가서 살라는 거죠?” (힐스테이트별내역 입주민 김모씨)

올겨울 가장 혹독한 추위가 닥치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주민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지자체가 국토교통부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 종료 시점(2023년 10월14일)’을 근거로, 용도변경 불허했기 때문.

그러나 2개 단지 용도변경 신청일은 10월 10일이다. 어떻게 된 걸까.

생숙은 부동산 상승기 시절 주택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틈새상품으로 각광받았지만, 2021년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점이 지적되면서 시장 찬밥이 됐다. 국토부는 그해 10월 주거용 오피스텔로 바꾸거나 숙박업을 등록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했다.

■ 베드타운에 생숙 공급만 수년째

경춘선 별내역 인근엔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부터 지금까지 생숙 공급이 활발하다. 2017년 ‘별내역 아이파크 스위트’(1100호실)를 시작으로, 2018년 ‘별내역 힐스테이트’(576호실)가 분양했으며, 정부의 이행강제금 경고가 불거진 2021년에도 ‘별내자이더스타 이그제큐티브’(오피스텔 156·생숙604호실) 공급이 이뤄졌다. 이중 2019년 이전에 분양한 2개 단지는 현재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들 2개 단지는 당장 오피스텔이 될 수 없다. 주차장과 피난 시설 등 오피스텔 건축 기준을 모두 충족했어도, 별내신도시 지구단위계획이 오피스텔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주기적 정비나 주민 제안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 별내역 앞 상업지구 S3블록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지난 2013년 오피스텔 건립이 가능해졌고, 2021년 생숙, 오피스텔 공급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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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단지는 주민제안을 통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다. 별내지구는 인접한 구리 갈매지구, 남양주 진건지구(다산신도시)보다 주택 대비 오피스텔 수와 면적 비율이 모두 낮다.

■난 40평 아파트 4억 줬고, 넌 생숙 싸게 샀네…우리동네 과밀 어쩔!

그러나 남양주시는 지구단위계획 상 오피스텔 건립이 가능해지면 주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불허 결정을 내렸다. 변경을 위해선 우선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이뤄진 지구단위 계획 변경안 자문위원회에서 안건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 별내동 내 상업 용지가 감소하고, 학생 수·상하수도·교통량 등이 늘어나므로 지역 과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주민들은 10여년 전 아파트 분양 당시 교통, 학교 등 분담금이 포함해 높은 분양가격을 냈으나, 생숙은 이런 비용을 내지 않았다며 용도변경을 반대한다. 2009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던 별내지구 A12-2블록(별내신도시 쌍용예가) 분양가는 3.3㎡(1평) 당 평균 분양가는 1170만~1180만원 수준이었다. 전용면적 101㎡(38평) 기준 4억4460만원~4억4800만원이다. 2018년 분양한 생숙 ’힐스테이트 별내역’ 분양가는 전용 66㎡ 기준 3억8750만원~4억1470만원 선이다.

생숙 입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년 넘도록 인프라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 실제로 이 지역 학생 수는 과밀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교육청에 따르면 별내역에서 가까운 2개 초등학교 학생 수는 각 775명, 1000명이다. 다산신도시(진건지구) 5개 초등학교 평균 학생 수는 1307명, 하남 미사신도시 6개 초등학교 평균 학생 수는 1479명이다.

■ “남양주 사는 게 죄, 경기도·정부에 버림받았다”

시는 최근에도 2개 단지의 용도변경 불허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달 4일 건축물 용도변경 승인 권한이 있는 별내동주민센터는 시의 의견을 받아 2개 단지의 건축물 용도변경 신청을 불수용처리했다. 시가 국토부가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 기간으로 제시한 10월14일 안에 건축물 용도변경을 마쳤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건축과 관계자는 “관련 부칙에 날짜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해석이 어려웠다”며 “경기도를 통해 국토부에 질의 한 결과, 10월 14일 이전 ‘접수’가 아닌 ‘완료’했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일각에서 국토부가 정정 공문을 보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주민들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주민 수백명은 이달 초 남양주시청 앞에서 “지구단위계획변경 허가하라” “남양주시청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상급기관인 경기도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도시주택실 관계자는 “숙박업 등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해 생숙의 정상적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중앙부처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동한 용도변경 비대위 미디어본부장은 “부산 해운대구와 전남 여수시 등 다른 지자체는 시민 주거권을 우선해 기한이 지났어도 오피스텔로 바꿔주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선 ‘남양주에 사는 게 죄’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시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을 위한 행정 행위를 해야한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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