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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억 들여 유령호텔 산 광주시…여기에 또 혈세 800억 태운다니

    입력 : 2023.12.23 07:30

    [땅집고] 광주시 무등산자락에 있던 신양파크호텔. 2019년 경영난으로 폐업한 뒤 광주시가 369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광주시  

    [땅집고] 최근 광주시가 369억원을 들여 매입했던 폐호텔 ‘신양파크호텔’에 추가로 800억원을 투입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술관 유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수억원 예산을 투입해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양파크호텔은 광주 무등산자락에 1981년 문을 열었다. 4만993㎡ 부지에 들어선 최고 6층 규모로 건립됐다. 무등산의 청정 자연 풍광을 누릴 수 있어 한 때 호황을 누렸지만, 시설 노후화와 소유주 측의 빈약한 투자 등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2019년 12월 폐업했다

    [땅집고] 무등산 기슭에 자리하면서도 도심권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신양파크호텔. /김영근 기자

    문을 닫은 신양파크호텔에 한 건설사가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 타운하우스 총 96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지역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이 곳에 주택을 개발하면 무등산 경관이 파괴되고 난개발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였다. 환경단체들이 시가 이 호텔을 매입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결국 광주시는 고육지책으로 시비 367억원을 들여 신양파크호텔을 사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광주시는 매입한 호텔을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무등산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관·정협의회’를 구성하고 16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2021년 11월 호텔과 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자는 데 합의를 마쳤다. 호텔 부지는 생태 정원으로 조성하고, 호텔은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 시민 호텔로 만들어 이 곳에 문화·정보 교육공간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땅집고] 올해 10월 10일 광주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제 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건희 여사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하지만 이 같은 협의안은 지난해 7월 민선8기인 강기정 광주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물거품이 됐다. 강 시장이 이 곳에 정원과 호텔을 지으면 활용도에 비해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신 강 시장은 신양파크호텔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6월 강 시장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참관한 김건희 여사를 만나 광주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기도 했다.

    광주시는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개최한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 디지털아트관 건립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 총 5억원 중 2억원을 반영했다. 디지털아트관이란 2D 형태의 기존 미술 작품을 디지털화해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건물 건립에는 부지 비용을 제외하면 총 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기본 용역에 착수한 뒤 설계 작업에 들어가면 2027∼2028년쯤 완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광주시 주장이다.

    [땅집고] 광주광역시청사 건물. /광주시

    하지만 업계에선 광주시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들여올 수 있을지 여부는 그야말로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광주시는 2008년부터 분관 유치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매년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더군다나 경남 진주시 등 다른 지자체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어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사회에선 만약 광주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선다면 이 일대 문화 인프라 수준이 크게 향상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도는 한편, 미술관 유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호텔 활용 협의안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강 시장이 혈세 낭비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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