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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만원에 이런 미친 짓을" 경복궁 담장 10대 테러범이 받을 처벌은

    입력 : 2023.12.23 07:30

    [땅집고]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낙서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최근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인 경복궁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형형색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경복궁 담장에 온통 낙서하고 도주해버린 것.

    범인들은 지난 16일 새벽 경복군 영추문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 등 담벼락에 빨간색과 파란색 등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마구잡이로 적었다. 훼손 구역이 가로 길이만 약 44m에 달한다.

    경찰은 19일 낙서 용의자 두 명을 검거했다. 10대 남녀 각각 한 명씩이었는데, 청소년이 이런 황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경찰 조사에서 임 모(17)군은 자신이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고 인정했고, 김 모(16)양도 임 군과 함께 범행 장소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측 영추문 담장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모습. /문화재청

    10대 청소년들이 문화재를 훼손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가 뭘까.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사람으로부터 낙서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진술에 따르면 의뢰인은 이들에게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담벼락 등 구체적인 낙서 장소를 지시하면서 ‘영화 공짜’ 등 낙서 문구도 함께 정해줬다. 한 명당 착수금 개념으로 5만원씩, 총 10만원을 받은 뒤 범행 이후 수백만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했지만 의뢰인은 추가금을 주지 않았다. 즉 단돈 10만원에 문화재가 망가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땅집고]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장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라고 쓴 낙서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낙서에서 등장한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홍보를 위해 범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에 진척이 더딘 상태며, 사이트 측이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들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이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92조 제1항은 지정 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은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법대로라면 이번에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10대들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이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이 청소년인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이보다 형량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땅집고]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경복궁 담벼락 앞에서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들이 스프레이로 쓴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훼손된 경복궁 담벼락 현장에는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관리소 보수정비단 등 전국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인력이 총 출동해있다. 이들은 10대 범인들이 스프레이로 휘갈겨 쓴 낙서를 지우기 위해 맹추위에 고군분투 중이다. 40명 정도가 교대로 근무할 예정이며, 낙서를 다 지우는 데는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스프레이 잉크가 담장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에 빠른 복원이 필요하지만 이번주부터 시작된 한파로 인해 낙서를 지우는 약품이 분사하자마자 바로 얼어버리는 등 현상으로 인해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언론을 통해 향후 피의자들에게 복구 비용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경주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장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구상권 청구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 문화재청은 경복궁 외부에 설치한 CCTV 수가 현재 14대인데, 앞으로 20여대를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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