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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떠나면 우린 소멸" 울진군 백암온천 폐업에 군수까지 말린 사연

    입력 : 2023.12.20 16:01

    [땅집고] 경북 울진군 온정면 일대에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폐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MBC 캡쳐

    [땅집고] “신용과 의리의 한화 정신은 어디갔나?”, “한화리조트는 천년온천 백암을 버릴 것인가!”

    최근 지방 소도시인 경북 울진군 온정면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던 관광시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개장 36년만인 올해 말 폐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겨냥해 식당·카페·숙박업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온정면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한화의 지역사회공헌이 영업 철수인가’, ‘한화콘도 철수하면 일하고 있는 우리 면민은 어디 가서 일하냐’고 적힌 현수막을 줄줄이 내걸며 폐업에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땅집고] 경북 울진군 온정면 일대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관광시설인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땅집고]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안에 조성한 온천탕. /한화호텔앤드리조트

    1988년 10월 개관한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은 호텔 총 250실을 포함하는 관광시설로 레스토랑, 온천 사우나, 온천 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다. 백암온천이 샘솟고 있는 온정면 일대 백암온천관광특구에서 규모가 가장 커 최고 인기 시설로 꼽힌다.

    백암온천은 ‘온천에 몸을 담그면 병이 낫는다’는 얘기가 처음으로 나왔던 온천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이산해가 쓴 ‘온탕정’(溫湯井)이라는 시에서 ’백암산 아래에 온천이 있어 한 바가지 물로도 모든 병이 낫는다네’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온천에 방문하면 만성 피부병, 천식, 신경통, 호흡기 계통 질병 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이용한 방문객은 총 8만2565명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만7153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전에는 이용객이 연 18만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가 반토막났지만, 울진군 전체 인구(4만6000여명)의 두 배가 넘는다. 그만큼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지역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땅집고] 경북 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관광특구 전경.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하지만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은 문을 연 지 36년 만인 올해 12월 31일 폐업을 결정했다. 운영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그동안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객실을 리모델링하며 모객력을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사업성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영업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앞서 2021년 8월에도 충북 충주시에서 운영하던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도 비슷한 이유로 폐업한 바 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진군 온정면 주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건물 주변에서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폐업으로 관광객 수가 줄면 주민 개개인 가계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닥칠 전망이다.

    [땅집고] 올해 1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손병복 경북 울진군수가 김형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에게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영업 중단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울진군

    지역 주민들 원성이 쏟아지자 손병복 울진군수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본사에서 김형조 대표이사를 만나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 중단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손 군수는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리조트 운영 중단을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시대 화두가 된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한화가 보여준 사회적 책임을 이번에도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의 폐업이 해당 건물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온천 경기가 예전만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다소 고루한 느낌의 온천 대신 새롭고 신선한 관광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온천 이용객은 2019년 6382만 명에서 2021년 3436만 명으로 반토막났다. 지난해에는 4121만명으로 이용객 수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성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땅집고]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에 있는 온천탕에서 온천 목욕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렇다보니 과거 명성을 뒤로하고 문을 닫는 온천도 한둘이 아니다. 국내 온천 수는 2019년 458개에서 지난해 441개로 감소했다. 시설이 낡거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등 입지가 좋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 위주로 폐업이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전남 구례군에 1999년 개장한 구례군 지리산온천랜드는 누적 적자로 2020년 휴업에 들어갔고,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도 이용객 감소 문제 때문에 2017년 영업 종료 결정을 내렸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폐업 소식에 격분한 울진군 온정면 주민들 모습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소도시일수록 주요 관광시설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경제적 타격이 커 지역이 거의 소멸할 위기에 처할 텐데 안타깝다”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40여년 동안 한화 덕분에 먹고 살았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할 수 밖에 없으니, 한화 측이 굳이 온정면 주민들을 배려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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