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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브릿지론, 15조 손실날 수도…부실사업장 정리 불가피"

    입력 : 2023.12.20 07:30

    [땅집GO 파헤치GO - 한국 경제를 덮친 PF공포]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사 금융평가본부장
    “고금리 장기화에 한계 몰린 건설사…
    내년 부실 사업장 옥석가리기 본격화해야”

    [땅집고]최근 유명 건설사의 부도설이 제기되면서 부동산 및 건설 업계가 보릿고개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 부도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업계에선 부동산 침체로 위기에 내몰린 한계 건설사들이 내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땅집고]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 /김리영 기자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중 30~50%는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발채무가 한꺼번에 터지면 문제가 되지만, 3~5년에 걸쳐 질서있게 부실 사업장이 정리된다면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PF는 다른 대출과 달리 신용도와 담보가 아닌 미래가치만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이이다. 경기 전망이 좋았던 지난 5년간 건설·시행사와 금융사의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게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고 원자재값, 물가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PF대출은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부실 사업장이 증가하고 건설사와 자금을 대준 금융사까지 위험이 옮겨붙었다. 땅집고가 지난 20년간 기업의 신용도와 금융권 리스크를 분석해온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을 만나 내년 부동산PF 시장 전망을 물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란?
    금융사가 신용도와 담보 대신 사업 계획과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을 일컫는다. 부동산 PF 는 아파트·주상복합·상가 등을 시공해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을 바탕으로 금융 기관이 건설·시행사에 개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 과정은 브릿지론과 본PF 로 나뉘는데 브릿지론은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과정을 의미하고, 인허가 등이 완료되면 본PF로 전환한다.

    ―내년 부동산PF 브릿지론 손실을 전망했는데, 그 이유는.

    “국내 부동산PF 브릿지론 규모가 3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이 가운데 30~50%(9조~15조원)는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에 금융당국이 대주단 협약을 통해 시간을 벌어줬지만, 올해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미국 기준금리가 하반기 중 조기 인하가 가능하다고 예상되면서 브릿지론 만기 연장은 리스크를 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고, 금리가 낮아져도 천천히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간을 끌어서 회생 가능한 사업장이 있고, 불가능한 곳이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는 가능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브릿지론 단계 사업지가 경공매로 넘어가면 투자금 대비 30~40%는 낮은 가격에 낙찰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브릿지론 중 최대 절반 가량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유명 건설사의 부도설이 퍼졌다, 왜 대기업까지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고 보는지?

    “현재 재무 건전성이 안정적인 기업은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고 평가한다. 수익이 예상되더라도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과다 수주를 절제했다는 것이다. 현재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내부적인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고 판단한다. 위험도가 높은 지방 또는 비주거시설을 비롯해 서울 요지이더라도 지나치게 고가에 부지를 사들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PF 위기가 방치된다면, 최악의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본PF 사업장은 일단 인허가를 받은 뒤 정식으로 착공을 하고 분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완공까지만 잘 버텨주면 분양가를 낮추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브릿지론이다. 초기 단계에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사업 부지가 경공매에 넘어간다. 땅값이 100억원인 사업지에 선순위 채권자가 50억원, 중후순위가 50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경공매에서 부지가 60억원에 낙찰되면, 중후순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대부분 날리게 된다.

    본PF 과정에서는 버티지 못하는 건설사가 나타나 부도가 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건설사가 시공하고 있던 분양 사업장에 문제가 생긴다. 대체 건설사를 구해야 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도 높아진다. 수분양자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만약 경기가 더 침체해 대체 건설사마저 구하지 못하면 아파트 사업지는 짓다만 유령 사업지가 될 수 있다. 수분양자들에게 피해가 넘어갈 수 있다.”

    -금융사 전이 문제도 심각하다.

    “증권,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은 중후순위로 대출을 내준 경우가 많아 우려의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기업을 통해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는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형 금융사는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당국 주도로 결성된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이나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일반 개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금융권 자체적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마련한 안전장치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효과를 평가한다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방치했다면 사실 현재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전방위적인 정책지원을 통해 위기 확산을 막았다. 올해 4월부터는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했다. PF대주단 협약에 따르면 만기연장을 할 때는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의 3분의2가 동의해야 가능하도록 했다. 중후순위 채권자가 반대하면, 선순위 채권자가 사업지에서 함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단 만기연장을 도와 시간을 벌었다. 질서있는 정리가 가능하게 된 효과가 있다.

    또 금융사에는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유도했다. 올해 증권, 캐피털, 저축은행 증자 금액 총 합계가 1.7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만기연장된 PF대출을 요주의여신으로 분류하도록 하여 충당금적립률을 높였다. 작년도 기준으로 증권, 캐피털, 저축은행 순이익 합계가 9조원 규모다. 기타 수익원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부동산PF 손실을 부분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만기연장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실탄을 비축했기 때문에 위기가 한꺼번에 터지지만 않으면 수년 사이에 소화 가능하다.”

    -내년 예상되는 부동산PF 위기,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할만한 수준인가?

    “경기가 좋을 때는 우발부채 규모가 현 수준으로 높아도 괜찮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해 위기가 한꺼번에 터지면 문제가 된다. 현 PF 위기는 금융당국에서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차이점도 있고,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PF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두 차례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건설사와 금융사의 수익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정부가 위기가 한꺼번에 무질서하게 터지지 않도록 잘 조율해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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