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19 14:22 | 수정 : 2023.12.19 15:04
[땅집고]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중재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지역인 김포시와 인천시에서는 노선안을 둘러싸고 각종 음모론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국토부가 김포시와 인천시의 눈치를 보면서 노선 발표를 늦추는 동안 관련 지자체 사이에서는 음모론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교통 업계에 따르면, 대광위가 중재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노선안은 ‘인천시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가 제시한 노선안을 기반으로 하되, 일부 노선을 조정하겠단 방향이다.
■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한 지 2년 반…사업은 아직도 원점
5호선 연장은 서울 방화역~인천 검단신도시~김포 한강신도시를 잇는 노선으로, 지난 2017년 논의가 시작돼 2021년 7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추가 검토 사업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정차역 등을 두고 김포시와 인천시가 팽팽히 맞서면서 노선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채 시간만 지체됐다. 추가 검토 사업으로 반영된지 약 2년 반, 5호선 김포 연장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업이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광위가 나섰으나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직권 중재' 카드를 내밀었다. 지난 8월 대광위는 중재안 마련을 위해 각 지자체로부터 희망 노선안을 제출받았다. 이들 노선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한 개의 노선을 확정안으로 삼는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 구간 중 101, 102역과 원당지구, 인천과 김포의 경계(불로역) 1곳 등 4개 역을 지나는 노선을, 김포시는 102역과 인천김포 경계 1곳 북측(감정역)을 지나는 노선을 제시했다. 인천시안은 원안인 김포시 안보다 2곳의 역이 김포골드라인 장기역까지 더 생기고 2㎞ 정도 노선이 더 길어진다. 시간은 김포안보다 약 3분 정도 더 소요된다.
■원 장관의 ‘인천 계양 출마설’, 인천시안에 힘 싣나
인천시 제안 노선이 유력 중재안으로 떠오르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천 계양을 총선 출마설’과 관련 짓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만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인천시안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김포시의 반대를 의식한 대광위가 기존 인천시 제안 노선에 반영된 ‘불로역’ 대신에 김포 감정역 설치를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포시는 감정역 유치를 희망하는 반면, 인천시는 김포 감정동과 맞붙은 서구 불로동에 불로역 정차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김포시에서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 자체가 지난해 11월 방화동 차량기지 및 건폐장 이전을 전제로 서울시, 김포시, 강서구와의 공동 합의했던 사업인 만큼, 인천시안이 채택될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포시는 인천시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서울시와 합의한 방화동 차량기지 및 건폐장 이전을 파기하겠단 입장이다.
주민 반발이 나오는 건 김포시 뿐만이 아니다. 당초 인천시 제안 노선 정차역으로 거론됐던 불로역 인근 주민들은 지난 6일 오전 서울5호선 인천시청 앞에서 불로역 사수 집회를 열었다. ‘불로역 사수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발표를 통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에 노선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천시와 김포시 제안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던 불로역을 갑자기 김포 감정동으로 변경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아무 대응이 없는 인천시의 행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광위 중재안 나와도…연내 노선 반영 불투명
대광위가 중재안을 올해 안에 내놓더라도 사실상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광위 중재안을 양 지자체의 합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각 지역 입장에 팽팽하게 맞서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합의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입장도 넘어야 할 허들이다. 서울시는 “두 지자체 노선 갈등에 대해 서울시 입장은 없다”면서도 “건폐장과 방화동 차량 이전기지 이전이 안 될 경우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고 사실상 김포시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5호선이 서울로 직결되기 위해서는 서울시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인천시 안으로 결정된다면 사업 추진에는 또 한 번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5호선 연장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도 큰 과제다. 이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값(B/C)은 0.8로 통상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1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5호선을 연장하기 위해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5호선 연장 관련, 조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사업 추진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장관으로 취임하면 예비타당성 면제 등 (5호선 연장)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다만 예타 면제시 과도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재정악화 우려, 타 지자체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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