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18 16:01 | 수정 : 2023.12.19 10:25
[땅집고] “비싼 아파트 살면 택배기사들한테 갑질 해도 되는건가요? 정말 너무합니다! ”
이달 경기 성남시에 있는 고가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 기사들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 진입을 막는 바람에 각 가정으로 물품을 날라야 하는 기사들이 업무 곤란을 겪고 있는 것. 택배 기사들과 입주민 간 갈등 때문에 단지 출입구에는 택배 상자가 켜켜이 쌓인 파란 천막까지 생겨났다.
문제의 단지는 성남시 금광1구역을 재개발해 지난해 11월 입주한 뒤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총 5320가구 규모 매머드급 아파트로, 국민평형인 전용 84m2(34평) 매물 호가가 이달 기준 10억5000만~12억원에 달한다.
이달 1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성남시 금광동 민간택배대리점연합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성남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1, 4, 5단지 배송을 담당하는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이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가 지난 6월 1일부터 아파트 단지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출입하는 것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택배기사들이 물품을 배송하려면 단지 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해야 한다. 하지만 주차장 높이가 2.3m에 불과해 통상 2.4~2.5m 높이인 일반 택배 차량이 출입 불가능한 점이 문제가 됐다. 대안으로는 택배 기사들이 저상 탑차를 사용하거나 단지 입구에서 수레를 이용해 배송하는 등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이런 대안책은 업무 과중을 부른다고 호소했다. 먼저 저상 탑차는 차고가 낮아 물건을 싣거나 내릴 때 피로도나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 또 수레를 이용하는 것도 노동시간을 2배 이상, 노동강도를 3~4배 이상 늘리리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고 날씨가 궃은 날이면 배송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택배 대리점과 택배 기사들은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일반 택배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택배차량 지상 출입시 10km 이하 저속운행 ▲택배차량에 후방카메라 의무 장착 ▲지정된 시간(오전 11시~ 오후 4시) 배송 ▲위 사항 3회 위반 시 해당 택배기사 퇴출 등을 담은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 파란색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이 곳에 물건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입주자들이 이 천막을 직접 찾아 본인들 물건을 가져가라는 취지였다. 그러자 입주자대표위원회는 구청·경찰서에 임시 천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도록 입주민들을 독려하는 등 맞대응하면서 갈등이 점차 심해졌다. 그 결과 이달 택배 기사들이 똘똘 뭉쳐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한편 고가 아파트에서 이 같은 ‘택배 갑질’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총 4932가구 규모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2021년 4월 입주자 안전 사고와 보도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단지 내 택배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택배 기사들에게 지하 출입구를 이용하거나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택배회사들이 개별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1000여개에 달하는 택배 상자를 아파트 입구 까지만 배송하는 식으로 맞대응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관련 기사: '택배 갑질' 난리났던 이 아파트, 1년 후 "어, 이게 뭐야?"
현재는 택배사들이 저상 탑차로 물건을 배송하면서 갈등 요인이 어느 정도 제거된 상태다. 더불어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해 말 KT와 자율주행 배송로봇 시범 도입에 합의하고 2년 동안 배송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경우 택배원들이 단지 내 ‘드롭존’에 음식을 갖다 놓으면, KT 측이 로봇에 음식을 실어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식이다.
한편 고가 아파트에서 벌어진 택배 갑질 사건들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파트 안에 택배차가 돌아다니는 것이 그렇게 싫으면 택배를 안 시키면 되는 일 아니냐”, “본인들 편의를 위해 택배를 시키면서, 택배기사 편의는 고려해주지 않는 입주민들 심보가 너무 못됐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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