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18 07:30
[땅집고] “가입한 지 1년이 다되가는데, 갑자기 임대보증금보험이 취소됐다는 HUG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 임대차 계약은 정상이지만, 집주인이 새로 맺은 계약에 문제가 있다네요. HUG도 몰랐다고 합니다. 더 기가막힌 건 자세한 내용은 잠적한 임대인을 통해 확인하라는 겁니다. 전역 후 모은 4000만원이 날아갔고, 빚만 늘었습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J군)
이른바 ‘부산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인 J군은 이 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런 게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말하는 서민 주거 안정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저는 HUG라는 공공기관을 믿고 계약했는데, HUG는 ‘사인간의 계약’이라며 과실이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 HUG, 정상 가입된 99가구 보증 보험도 일괄 취소
14일 전국비(非)아파트총연맹, HUG에 따르면 이처럼 HUG의 일방적인 전세보증보험 가입 취소로 부산에서는 99가구 규모 전세 피해가 발생했다. J군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A씨가 보유한 주택 수는 총 199가구로 알려졌으나, 이중 HUG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126가구로 파악됐다. HUG는 이중 99가구의 보증 보험을 일괄 철회했다.
이 사건은 올 8월 임대인 A씨와 계약을 맺은 또 다른 세입자 B씨가 HUG측에 보증보험 가입 확인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A씨 소유 주택에 보증금 1억2000만원을 내고 세입자로 들어간 B씨. 그는 HUG에 보증 보험 가입 확인을 문의했고, 보증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임대인 A씨가 실제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한 ‘다운 계약서’를 HUG에 제출한 것이다.
뒤늦게 A씨 임대차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HUG는 A씨 관련 계약을 전수조사했고 총 99건의 가입을 취소했다. 이 같은 내용을 문자로 전달받은 임차인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2022년 9월 정상적으로 진행됐던 J군의 보증 계약 역시 취소됐다. J군이 들어간 주택에 공동 담보 형태로 근저당이 잡혀 있어,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보증보험 가입 1년 앞두고 돌연 취소…날벼락맞은 세입자들
HUG는 계약 취소 임차인들에게 “귀하가 거주 중인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임대보증금보증 신청이 취소(거절)됐음을 알린다”며 “임대인이 아닌 경우 사유에 대한 안내는 불가하니, 임대인을 통해 문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HUG 보증보험 가입 약 1년이 지난 뒤 ‘취소’ 통보를 받은 세입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HUG의 ‘뒷북 철회’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사실상 끊겼기 때문.
J군은 “HUG는 임대인이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해당 임대인이 이전에 정상적으로 가입한 모든 보증보험을 철회했다”며 “HUG가 과실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아 피해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피해자 인정받았는데, 피해액 점점 커진다
J군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나, 월 상환금이 1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1%대 금리를 적용하는 중소기업청년대출금 1억원을 6% 금리로 상환해야 한다. 보증금 반환 등 피해를 복구하려면 법적 분쟁 외엔 선택지가 없다.
J군은 “HUG는 임대인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여부와 보증 가입 기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보험 가입을 승인했다가, 철회했다”며 “199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한 HUG는 국무총리상을 받을 게 아니고,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은 HUG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다”며 “정상적인 계약을 이렇게 철회하면 앞으로 HUG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피력했다.
■ HUG에 보험료 내는 임대인·임차인 “HUG 역할이 뭔가요?”
강희창 전국비아파트총연맹 회장은 “HUG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관련 법이 없고 조직·업무방식·민원대응이 모두 내규에 의해 작동한다”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업무 실수로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사문서 위조 등 기망행위를 한 집주인의 잘못도 크지만, HUG 역시 전세금 대위변제의무를 놓아버렸다”며 “국가 기관인 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를 두번 울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아파트총연맹은 HUG가 2022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전세사기 사태에서 당연히 대위변제해야 할 전세금 지급을 미루거나 면책권을 들이미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밝혔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 가입하는 ‘임대보증금반환보증’ ‘전세금반환보증’ 존재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HUG 관계자는 “임대보증금 보험은 가구 별로 가입할 수 있고, 허위 가입은 취소하는 게 내규이자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J군의 임대인이 여러 가구를 묶어 공동 담보로 신청하고, 일부 가구 임대차 계약 및 보험 가입 과정에서 꾸며낸 계약서(다운 계약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해서 이 담보와 관련된 모든 보증 계약(99건)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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