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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최대 판자촌의 절규 "SH, 차라리 우리보고 죽으라고 해라"

    입력 : 2023.12.15 07:30

    [발품 리포트] 서초 알짜입지 '성뒤마을' 800여 가구 뉴홈 탈바꿈…SH-고물상 토지 보상 갈등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에 있는 ‘폐전선동신주’ 고물상 점포에 ‘서울시와 SH는 우리 소상공인들을 다 불태워 죽일 작정이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53년 동안 배운게 분리수거 하나 뿐입니다. 평생을 이 곳에서 고물상으로 먹고 살았는데,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대체 부지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죽는 수밖에 없죠.”(황의철 성뒤마을상인연합회 총무·늘푸른환경 대표)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지나는 사당역 1번 출구에서 10분여 걸으니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1960~1970년대 강남 개발이 이뤄진 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조성된 마을로 면적이 약 14만㎡에 달한다. 앞으로 이 판자촌은 윤석열표 공공주택인 ‘뉴홈’ 총 800여가구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017년 SH가 성뒤마을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 고시하면서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고 올해 토지보상까지 완료된 상태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위치. /연합뉴스

    그런데 착공을 코 앞에 두고 SH와 성뒤마을 상인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SH는 토지주와 보상은 마쳤다. 문제는 성뒤마을에서 땅을 빌려 고물상·석재상 등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과의 협상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들은 SH가 제시한 이사비 명목의 현금 보상안을 거부하는 대신, 생업을 이어나갈 대체 부지를 마련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뒤마을상인연합회는 남부순환로(8차로)를 따라 설치한 펜스에 ‘SH는 들어라! 현실적 보상 안하면 죽어도 이주 못한다!’, ‘서울시와 SH는 우리 소상공인들을 다 불태워 죽일 셈이냐!’라고 적힌 새빨간 현수막을 내걸고 SH 제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에 가입한 16 개 업체 소속 근로자들 모두 ‘투쟁’ 이라고 적힌 빨간 조끼를 입고 근무하며 성뒤마을에서 절대 떠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성뒤마을 고물상 “현금 보상 싫다…대체부지 달라”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과 맞붙은 남부순환로 대로변 쪽 펜스에 성뒤마을상인연합회가 내건 빨간색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현재 성뒤마을 내 점포는 약 20개다. 이 중 16곳이 상인연합회에 가입해 집단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SH가 토지주들에게는 보상을 제대로 해줬지만, 지난 20~30년 넘게 땅을 임차해 장사하던 상인들에게는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 정도의 헐값 보상안을 내밀었다고 토로한다.

    SH가 지장물 조사를 거친 결과 이들이 생업에 활용하던 기계 등 물품이 중고라는 이유로 실제 가치보다 금액을 낮게 책정해줬다는 것. 예를 들어 고물상을 운영하기 위해 2500만~3000만원에 구입한 특수 저울을 300만원에 평가해주는 등이다.

    이들은 성뒤마을에서 쫓겨나면 인근에서 고물상·석재상 등을 운영할만한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며 현금 보상안 대신 이주 택지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분양 등 방법은 상관 없으니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 부지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상인들은 SH가 성뒤마을에 있던 개인 택시차고지와 버스차고지 2곳에 대해 성뒤마을 내에 대체 부지를 내어줬다고 주장하며, 자신들도 땅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생활폐기물업체 늘푸른환경을 운영하는 황의철 성뒤마을상인연합회 총무는 “SH에 질의했더니 택시·버스차고지는 공익 목적 사업장이라 대체 부지를 마련해줬다더라”며 “서초구를 비롯해 강남권에서 하루에만 280~320톤 가랑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성뒤마을 상인들도 어떻게 보면 공익성을 띤 환경미화 사업을 진행해왔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SH “영업손실 배상 충분해…내년 성뒤마을 본격 개발”

    하지만 SH는 성뒤마을 그동안 고물상들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대체 부지를 마련해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특정 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선정되면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수용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데, 이 때 개인이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 시행자가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 해당 법에 따라 SH는 성뒤마을 고물상들에게 이전비와 영업손실 명목의 배상안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S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재 성뒤마을 토지 보상 절차는 완료된 상태며, 진행 중인 일부 행정소송건을 제외하면 사업 걸림돌은 없다”며 “내년부터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이 본격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초입에 상인연합회가 SH를 겨냥해 설치한 트럭과 현수막. /이지은 기자

    SH는 지금까지 성뒤마을 상인들에게 퇴거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2회 발송했다. 내년 초 한번 더 퇴거 요청했는데도 상인들이 영업장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2024년 3월부터는 명도소송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명도소송 진행 기간이 6~8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SH와 성뒤마을상인연합회 간 갈등이 내년 중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H가 성뒤마을에 공급할 아파트 총 800여가구 중 다수 물량은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소위 ‘반값 아파트’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아파트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40년)을 통해 최장 80년까지 살 수 있다.

    올해 10월 SH가 강서구에 공급한 반값아파트인 마곡 10-2단지는 사전예약 접수 결과 총 260가구 공급에 1만803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69대 1로 높은 편이었다. 서울 아파트인데도 분양가가 4억1500만원, 토지임대료가 34만8000원 수준으로 시세 대비 저렴한 점이 청약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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