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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갑질계약까지 일삼나…210억짜리 땅, 부지 조건 멋대로 바꿔

    입력 : 2023.12.14 07:30

    [제보GO 땅집GO-제보로 만드는 뉴스] 양방향도로가 하루 아침에 일방통행으로? LH "이의제기 불가능"
    /연합뉴스

    [땅집고] “양방통행 도로를 끼고 있는 부지라 상가를 지으면 분명 잘될 거라고 보고, 21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LH로부터 땅을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도로가 갑자기 일방통행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사업성이 확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LH가 계약 취소를 절대 안해준다고 하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210억원짜리 상업용지를 낙찰받았던 이스페이스산업개발 대표 A씨는 최근 절망하고 있다. 당초 부지 인근 도로가 양방통행이라 상권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상가를 지으려는 목적으로 선뜻 입찰했는데, 약 6개월 만에 도로 방향이 일방으로 바뀌는 바람에 개발 사업성이 확 떨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일방통행되다니…“사업성 폭락, 계약 파기해달라”

    [땅집고] 올해 3월 LH가 공급한 인천 검단신도시 상업용지 C13, C14 위치. /LH

    올해 3월 LH가 진행하는 인천 검단신도시 상업용지 판매 공고를 발견한 A씨. 공고에 나온 9개 토지 모두 인근에 1000가구 이상 새 아파트 단지를 여럿 끼고 있으면서, 검단신도시와 기존 계양역을 연결하는 인천1호선 검단연장선이 개통하면서 생기는 신설역인 102역(가칭)까지 걸어서 5~10분쯤 걸리는 초역세권이라 눈길이 갔다. 교통 호재와 배후수요를 갖추고 있는 상업용지에 상가를 개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A씨는 LH가 제시한 상업용지 9개 중 북쪽으로 양방통행 3차로를 끼고 있는 ‘C13-1-5’필지, 이 땅과 맞붙어 있으면서 남쪽으로 양방통행 3차로가 지나는 ‘C13-1-6’ 두 개 필지에 입찰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하철역이 개통하고 새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면서 양방통행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많아지면 상권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H가 제시한 최저입찰가보다 최대 181%나 높은 금액을 써냈다. 최저 61억3780만원이었던 C13-1-6에는 111억6080만원을, 59억5890만원이었던 C13-1-6에는 98억3220만원을 제시한 결과 두 필지를 낙찰받을 수 있었다. 총 낙찰가가 약 21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약 반 년 만인 올해 10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천도시공사와 LH인천지역본부로부터 낙찰받은 두 개 땅이 끼고 있던 도로가 모두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상업용지 인근 도로 통행 방향을 양방으로 유지할 경우 추후 교통 대란이 예상돼 일방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땅집고]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인천 검단신도시 상업용지가 양방통행 도로를 끼고 있었는데(위), 10월 갑자기 일방통행 도로로 바뀌었다. /이지은 기자

    이스페이스산업개발 측은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바뀌면 각 용지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추후 이 땅에 상가를 개발하더라도 분양을 장담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더군다나 통상 상권은 도로 진행 방향으로 발달하고, 좌측보다는 우측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로 조건이 변경되면서 두 필지 모두 불리한 좌측 상권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C13-1-5 부지의 경우 당초 북쪽으로 차량이 바로 진출입 가능한 구조였는데, 양방통행으로 변경한 후에는 차량이 상업용지 블럭을 한 바퀴를 빙 돌아야만 진입할 수 있다.

    A씨는 “애초에 일방통행 도로를 낀 부지라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LH가 제시한 최저입찰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써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계약 당시와 부지 조건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LH에 계약 파기 및 계약금 21억원 반환을 요청했는데도 전혀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라 억울하다”고 했다.

    이스페이스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60억원, 영업이익이 5억원 정도인 중소규모 기업이다. 만약 LH로부터 계약금 21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 이스페이스산업개발과 같은 시기에 검단신도시 상업용지를 낙찰받은 기업 모두 LH와 갈등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이미 다 안내한 사항…계약 파기 사례도 없어”

    하지만 LH는 계약 파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토지 공급공고문에 각종 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 등으로 인허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며, 매수인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는 것.

    실제로 LH는 용지 공급공고문과 계약서에 ‘추후 각종 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 및 재협의 등에 따른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이 변경될 수 있으며, 해당 용지 주변 토지이용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다’, ‘변경 내용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수인하여야 한다’, ‘향후 관계 법령 또는 조례의 개정,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으로 인한 건축물의 건축 및 사용에 제한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조건 변경 또는 계약 해제 요구 등 우리 공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등 문구를 기재해 뒀다.

    [땅집고] LH는 ‘공급 공고문에 각종 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 등으로 인허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며, 매수인을 이를 수인해야 한다’고 안내했으므로 부지 계약 파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스페이스산업개발 제공

    LH 관계자는 땅집고에 “도로가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부지에 건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진출입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조계·국민권익위, “LH 계약 과정 불공정”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이스페이스산업개발을 비롯해 땅을 낙찰받은 기업들이 LH에 부지 조건 변경을 이유로 소송할 경우, 승소 확률이 반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로가 양방에서 일방으로 바뀐 데 대한 잠정적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면 법원이 이를 인정해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하지만 LH가 당초 계약서에 이의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달아둔 점을 감안하면 수분양자들이 재판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시·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권 형성 과정에서 도로 방향이 미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일방통행제 영향권 추정 및 방향성 설정 방법 연구: 도시 공간구조 관점에서의 해석’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주차장·음식점·식료품점 등 특정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업종은 일방통행제로 인해 고객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사실상 택지 공급을 독점하는 LH가 수분양자들이 계약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할 수 없도록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도 LH의 이런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LH를 비롯한 18개 택지개발 공기업이 공공택지 분양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수인하는 조건’ 등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수분양자 항변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분양자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는데도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해주는 합의해제가 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수분양자 권익을 제한하는 LH의 불합리한 ‘갑질 계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 알리고, 회사 명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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