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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설사도 부도설 확산…IMF만큼 건설업계 줄도산 사태 맞나

    입력 : 2023.12.13 15:54 | 수정 : 2023.12.14 11:04

    올해 총 12곳 건설사 줄줄이 폐업
    업계 상위 건설사, 부도설 솔솔
    금융위 “PF 부실 건설사 정리할 것”

    [땅집고] 지난 13일 오전 온라인 오픈 채팅방을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도설이 돌았던 A건설사가 이날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다는 것. A사는 시공능력순위가 상위권인데다 아파트 브랜드도 잘 알려진 곳이어서 만약 부도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먼 쇼크 여파로 2010년 발생했던 중견 건설사와 저축은행 연쇄 부도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땅집고 취재 결과,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땅집고]공사가 중단된 한 아파트 사업 현장. / 조선DB

    올 한해 부동산 시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중대형 건설사 부도설이 나돌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지난 호황기 건설사가 우후죽순 벌렸던 사업 자금 조달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A사뿐만 아닌 시공능력순위 10위권 내 업체 여러 곳에서도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상위 건설사 여러 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자금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4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업계에선 내년 만기가 몰려있는 브릿지론 30조원 중 절반가량은 최종 손실 처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땅집고]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금융 당국은 지난 12일 부실 기업은 시장 논리에 따라 곧바로 정리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부실하다고 해서 브랜드가 잘 알려진 1군 건설사까지 무너지도록 놔둘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칼을 뽑아봤자 시공능력순위가 낮은 부실 건설사에만 내려치고, 상위 건설사 등 대부분 사업장은 계속 연명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미 중소 건설사는 줄줄이 도산해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500여 중소업체 줄도산…상위 건설사도 PF 위기 잔존

    올해 시공능력순위 하위권인 건설사들은 줄도산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2개 종합건설업체가 폐업 신고했다. 올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7건)보다 67% 증가했다. 2006년(530건) 이후 17년 만의 최대 폐업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까지 총 12곳의 건설사가 부도났다. 경남의 남명건설을 포함해 국원건설과 대우산업개발, 동흥개발, 삼호건설, 굿모닝토건,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 대창기업, 신일건설 등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석건설, 동원건설산업,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이 부도를 맞았다.

    부동산PF 시장에서는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사실상 정부가 허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 연쇄 도산이 이어지면 정부·여당에 불리하단 인식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내년 4월까지는 인공호흡기를 달아 부실한 사업장도 연명하게 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나 금융사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를 해야 한다”며 “자구노력과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금융당국 “칼 뽑아도 못 휘두를 것”

    하지만 부도설이 나오는 시공능력순위 상위 건설사가 PF부실로 실제 도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가 내년부터 즉각 부실한 사업장 정리 조치에 들어가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브랜드 파워가 있는 상위 건설사까지 도산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PF 잔액 134조원을 정부가 떠받치는 형국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게 된다.

    상위 기업이라고 해도 부동산 PF위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0곳 중 4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기업은 387곳으로 전체(최근 3년간 재무 자료가 존재하는 건설 외감기업 기준)의 18.7%를 차지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르피에드 프로젝트에 대한 브릿지론 연장을 재개했다. 새마을금고가 만기연장을 거부하면 후순위 채권자인 증권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은 투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어 ‘부실 도미노’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정부 입장에선 만기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기반이 강한 새마을금고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둔 마당인 데다, 괜히 사업장 하나 잘못 건드려 PF 위기의 주범으로 부상하면 표심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주단협약을 적용 중인 187개 사업장 가운데 85곳 대부분이 새마을금고가 선순위 투자자로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미 중소업체는 지난해부터 자연적으로 도산하고 있고, 상위 건설사 또는 금융사도 부동산PF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어서 총선 전 옥석가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별 자구책 마련이 가능한지, 일반 소비자에게 연쇄적인 피해가 없는지 등의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세워 부실기업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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