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09 07:30
[땅집고] 최근 전국 곳곳에서 핵심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던 굵직한 상업시설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땅을 주택 용도로 개발하려는 기업 움직임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이 줄고 매출 등 실적 부진을 겪자, 기업마다 각 점포가 들어서있던 알짜 부지를 매각해 현금을 챙기고, 땅을 사들인 기업은 각종 주거 상품을 지은 뒤 분양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대형 상업시설이 있던 부지는 교통 요충지로 접근성이 좋은 알짜 입지면서,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등 주거 상품을 고층으로 지을 수 있어 개발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부동산 상품은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지만 건축법상 비주택으로 분류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도 하다. 즉 시행사가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개발 유인으로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서울·부산·대전…대형마트 사라지고 아파트·오피스텔 들어선다
새 아파트 수요가 높은 대도시일수록 대형 상업시설 부지에 주거 상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시다. 최근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NC백화점 서면점’ 소유주인 대우건설은 이 건물을 주상복합으로 개발하겠다며 NC백화점 측에 철수할 것을 통보했다. NC백화점 서면점은 2015년 이랜드그룹이 도심형 아웃렛으로 오픈했으며 지상 6층, 연면적 8만2016㎡ 규모다. 패션 브랜드 180개와 외식브랜드 25개 등이 입점해 있어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핵심 상업시설로 꼽혔는데 9년여 만에 폐점하게 된 것이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에선 총 3만596㎡ 규모 오션뷰 부지에 들어선 ‘메가마트’가 공동주택으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부지를 보유하던 부산도시가스가 땅을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에 6328억원에 매각했다. 올해 5월 잔금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문을 연 이 건물에 입점해있던 메가마트, 아웃백 등 점포는 2024년 6~7월까지 방을 빼게 됐다. 빕스 광안점은 이미 이곳에서 영업을 종료하고 인근 남구 용호동으로 이전을 마쳤다.
이 밖에 서울에선 이마트가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을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에 682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현대건설 측은 땅을 오피스텔 등 주거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전시에서는 시행사 미래인이 ‘홈플러스 둔산점’ 부지를 3840억원에 사들여 고급 주거형 오피스텔 ‘그랑 르피에드 둔산’으로 개발 중이다. 지하 8층~지상 47층, 총 832실로 오피스텔 중에서는 규모가 제법 큰 편이다.
■고금리·부동산 침체·건축비 인상 ‘3중고’ 시기…고밀개발이 답 아닐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윤 추구와 부지 효율성 측면에서 이런 고밀개발 움직임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역 핵심 상업시설이 주거시설로 바뀌면서 생활 인프라가 사라져 주민들 편의성이 크게 줄고, 입주민 증가로 교통난이 발생하는 등 도시에 끼치는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한 상황이라 고밀 개발이 기업 측에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특히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분양가를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면 저조한 분양 성적으로 되레 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이학구 전주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기업마다 대형마트가 있던 지역 핵심 부지를 손에 넣었더라도 최근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건축비 상승 등 악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 상업시설을 주거상품으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다소 무리할 수 있다”며 “특히 대형마트는 부지 면적이 비교적 큰 만큼 지방에선 미분양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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