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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압구정3 재건축 가이드라인 제시 "천정만 높여도 3억"

    입력 : 2023.12.08 07:30

    [땅집고] “보행교는 상업시설과 연결되는 쪽으로 짓는 것이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와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 최선일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 내부의 경우 천정고를 높이는데 드는 공사비가 5000만원 정도 더 든다고 했을 때 이것의 시장 가치는 3억 이상일 것입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난달 압구정3구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더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강의했다. 유 교수는 유년 시절인 1981년부터 40여년 간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거주했다. 유 교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국내 아파트시장을 선도하는 사례로 다른 지방 단지들도 압구정을 따랐다”며 “앞으로도 국내 아파트 시장의 롤모델로서 상징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스타일의 아파트를 보여주느냐가 한국 아파트 시장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압구정3구역은 지난 7월 유 교수를 단지 총괄 설계관리자로 영입했으며 오는 9일 설계자 선정 공모를 앞두고 있다. 유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더 좋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 기준을 알려주겠다며 설명회를 열었다. 유 교수는 크게 단지 외부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와 세대 내부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단지 전체를봤을 때 형태는 다양하되 재료가 단순한 것일수록 좋다고 봤다. 유 교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받는 건축물은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단순할수록 아름답다고 느끼는데 대표적으로 산토리니 섬, 토스카나 지방의 주택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며 “우리나라 아파트는 형태와 재료 모두 단순해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단지 조경시설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 외부 공간은 너무 넓지 않게 짓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유 교수는 “미국의 센트럴파크는 좁은 쪽이 850m 긴변이 4km으로 공원의 86%가 사각지대라 언제든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낮에 가면 주변 빌딩이 보이지 않아 시골에 와 있는 것같이 좋다고 느끼지만 밤이 되면 오히려 위험한 공간이 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반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보스턴 커먼 공원은 오히려 작은 공원에서 안전한데 빌딩에 있는 사람들이 내려다 보면서 지켜준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며 “압구정3구역도 마찬가지로 집이나 상권에서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질 수 있도록 디자인 해야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상업시설을 설계할 때 밀도가 높게 배치해 사람들이 걷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업시설의 가치를 높여 분양가를 올릴수록 조합원들의 이익이 많이 남는다. 그러려면 상업시설이 자리잡은 가로를 활성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설계해야 한다. 유 교수는 “우리는 강남 테헤란로보다도 홍대 거리를 걷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가 상권의 밀집도 때문”이라며 “홍대 상권은 100m 구간에 가게 입구가 34개인반면 강남 테헤란로는 빌딩을 크게 지어야해서 입구가 멀찍하게 있어 같은 구간에 입구가 14개에 그쳐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유 교수는 “테헤란로는 도로 사이에 10차선으로된 차로가 자리잡고 있어 이동하기에 심리적 거리감을 주는 것도 걷고싶다는 생각이 들게하지 않는 요소”라고 했다.


    유 교수는 특히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보행교 설치 여부와 이상적인 위치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보행교 위치는 압구정역에서 66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단지에서 가까운 곳에 보행교가 생기면 사실상 집앞에 센트럴파크(서울숲)가 생기는 개념이라 건축학적으로는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라며 “다만 단점으로는 외부인들 출입이 잦아 단지를 관통하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이때문에 보행교는 좀 길더라도 상업시설과 연결해 보행교의 보행자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행교는 공공성이라는 명분을 주는 설치 시설이라 임대주택을 줄이거나 공개공지 줄이는 등의 협상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세대 내부는 타워형, 판상형 등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주택형 외에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권했다. 유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파트라고 하면 주택형을 일률적으로 생각한다”며 “실내에서 한강뷰 외에도 다양한 뷰를 조망할 수 있게 창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는 강을 조망하면서도 남향의 건물을 짓기 위해 아예 틀어진 모양으로 가구를 배치했다”며 다양한 디자인의 주택형이 있으면 좋다.

    이밖에 유 교수는 발코니, 화장실, 천정고, 다이닝룸 등에 대해서도 어떤 모습이 좋은지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인간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하루 90% 이상인 만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가 중요하다고 했다”며 “사고가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천장고는 높을수록 좋고, 가족들이 거의 유일하게 함께하는 밥 먹는 공간인 식탁 뷰가 중요하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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