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06 14:02 | 수정 : 2023.12.06 14:10
[땅집고]한국은행이 출산율을 높이려면 집값이 8년 전인 2015년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에서 각종 정책 수단을 활용해 경제·사회·문화 여건을 개선하면 출산율이 최대 0.845명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출산율이 0.78명인 것을 고려하면 출산율을 최대 1.6명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인구구조 고령화의 근본 원인인 초저출산의 원인을 다양한 층위별로 분석한 결과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과 연관됐다고 봤다. 특히 한은이 실험을 통해 경제적 비용(주거비·교육비·의료비) 중 특히 어떤 요인이 저출산을 유발하는지 분석한 결과 ‘주택마련 비용에 대한 부담’이 결혼·출산 의향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출산율이 1%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6가지 정책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6가지 시나리오 중 부동산 부문에서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2015년 수준으로 하락하는 경우 출산율의 변화가 0.002명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0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8억5650만원이다. 2015년 10월은 5억780만원 수준으로 3억원이 낮다. 강북권은 올해 중위가격이 6억200만원이고 2015년은 3억4100만원으로 그간 두 배가 올랐다. 서북권은 같은 기간 각각 8억5700만원, 3억9800만원 이었다. 강남권의 경우 올해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인데, 2015년에는 4억원 낮은 6억1200만원에 불과했다.
단지별로 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의 경우 지난 10월 28억원에 거래됐는데, 2015년에는 최소 9억8000만원에서 최대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8년전 가격으로 되돌아가려면 17억원 이상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 셈이다.
또 6가지 시나리오 중에서는 집값 이외에 한국의 도시인구집중(431.9)이 OECD 평균 수준(95.3)으로 하락하면 출산율이 0.414%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6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달성되는 경우에 출산률이 0.8% 올라갈 수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하지만 집값이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한은의 전망은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5년간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등의 여파 속에서 저금리를 고수하며 집값 급등에 뒷짐을 지었단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집값 방치 면피용 보고서가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8년 전 수준까지 하락하려면, 사실상 경제 위기 수준의 침체가 동반해야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을 기준으로 2015년 1월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14.5% 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1997년 한 해동안 전국 집값은 약 12% 하락했고, 향후 5년간 10% 추가 하락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닥쳐왔을 당시 정부와 한은은 유동성 공급을 한답시고 사실상 가계부채를 늘린 것밖에 한 게 없다”며 “그 부작용으로 집값이 급등한 것인데이제와서 집값을 8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 전문가는 “일본 도쿄의 집값은 버블붕괴로 20년 전 가격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출산율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면서 “저금리 정책으로 집값 상승에 일조한 한국은행의 면피성 보고서”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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