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05 07:30
[땅집고] “아버지께서 미래에셋맵스9-2호 투자금 70억원 중 40억원이 휴지조각됐다는 연락을 받으시고 병세가 악화해 한 달도 안 돼 돌아가셨습니다. 평생 검소하게, 구두 하나도 다 닳을 때까지 신으시면서 일궈온 재산인데, 하루 아침에 모두 잃으셨어요.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시다가 그만….”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 투자자 A씨)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이하 맵스미국9-2호)의 자산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을 2016년 매입가보다 크게 하락한 5억8000만 달러(7545억원)에 팔았다고 공시했다.
2016년 매입가액이 8억4362만 달러(당시 환율 1160원 기준 9786억원)로 7년 만에 20% 하락한 가격에 매각됐다. 맵스미국9-2호는 출시 당시 단기에 완판할 정도로 인기를 끈 부동산 펀드 상품이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수익률이 폭락했다.
최근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원금손실 피해를 호소하면서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땅집고가 피해자 A씨를 인터뷰했다.
―현재 개별 투자자들이 파악한 ‘맵스미국9-2호’의 손실 규모를 설명해달라.
“지난 3일 피해자 12명이 서울 모처에 모여 회의를 했다. 우리 가정을 제외하고 11명이 이 펀드에 평균 약 1억~3억원 정도 투자했고 1억~2억원씩 손실을 봤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저희 자매이름으로 투자해 규모가 컸고, 손실액은 약 4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대부분은 2016년 공모 당시 PB들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대체로 연령대가 50대 이상으로 높고, 평생 모은 노후자금이나 전세보증금 등과 같은 목돈을 투자했다.
―A씨는 얼마나 손실을 봤으며, 그로인한 피해는 어떠한지.
“아버지와 어머니, 두 자매 이름으로 투자금이 70억원에 달하고, 이 중 35억원 이상이 공중분해됐다. 우리 가정의 경우 아버지가 평소에 주식에 관심이 많으셨다. 평생 벌어 모으신 월급과 재산 등을 재테크 등으로 불리셨고, 은퇴 후에도 어머니와 두 딸에게 재산을 남겨줄 방법을 다방면으로 알아보시다가 ‘맵스미국9-2호’를 선택한 것이다.
일반 꼬마빌딩 등에 투자해 월세를 받는 것도 생각했지만 임차인 관리 등 신경쓸 것이 많다보니 해외 오피스에 투자해 배당금을 받는 것이 더 편할 것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 지난 10월 초 미래에셋 측에서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펀드 자산을 매각했다는 연락을 받으시고 아버지가 크게 충격을 받으셨다. 아버지께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그 이후로 평소 앓고 계시던 지병이 더 악화했다.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까지 절약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평소에 지나치게 검소하셨다. 빵 한 조각도 가장 싼 가게에서 사드시고, 신발도 구멍이 날 때까지 신을실 정도였다.
10월 이후 끊으셨던 담배를 하루에 수십 개씩 태우시고, 하루 종일 한숨을 쉬셨다.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는데, 아버지께서는 결국 한 달 만에 병세가 악화해 숨을 거두셨다. 끝까지 우리 가족에게 정말 미안해하셨다. 우리 가족은 이 펀드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셨다고 생각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선 뭐라고 설명했나.
“미래에셋 측은 배당금 등 이자수익을 합해 계산하면 그나마 투자자들의 원금은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파악한 피해자들 평균적으로 3억원 투자해서 1억원 건졌다. 그동안에 받아온 배당과 이자수익을 다 고려했다고 하는데 투자자 별로 살펴보면 원금 손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7년동안 예금 통장에 넣어놨어도 이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것 같다. 다들 은퇴자금 등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사가 제시한 수익률을 믿고 투자한 것인데, 기회비용을 고려해도 손실 규모가 너무 크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계획인지?
“일단 금융감독원에 피해자들이 각각 민원을 넣고 있다. 피해자들 중에는 심지어 작년부터 해외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PB로부터 공실 없고 배당수익률이 좋으니 펀드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분도 계신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운용사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자산운용사에서 손실 위험성에 대한 관리나 충분한 설명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셋측은 수수료만 챙겼을 뿐 손실본 것이 없다. 금리가 높아져있지만 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자산을 빨리 처분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들 스스로가 손실 규모를 파악하긴 역부족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투자자들의 피해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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