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30 14:12 | 수정 : 2023.11.30 14:52
[땅집고] “한 눈에 봐도 오래된 성당같은데 여기가 관공서라니 정말 놀랍네요! 당장이라도 미사가 열릴 것 같아요!”
대전 중구청네거리에는 약 100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커다란 벽돌 건물이 있다. KTX가 서는 대전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중앙로를 따라 가면 이 건물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커다란 입구 뒤에 자리 잡은 누런색 3층 규모 벽돌 건물로, 무려 1932년 지어진 ‘구 충남도청’이다.
■ 성당이 아니고 도청이라고?
올해로 ‘졸수(卒壽)’를 맞은 구 충남도청은 1931년 6월15일 착공해 1932년 8월 29일 완공됐다. 당초 평지붕 형태의 2층 벽돌 건물로 지어졌으나, 1960년 이후 넓은 창을 낸 모자 지붕을 가진 1개 층이 증축되면서 현재는 총 3층 규모다.
이 건물은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개 경사 지붕으로 지어진 1920년대 관공서 건물과 달리 1930년대 건물들은 평지붕이 주를 이루기 때문. 외벽에 쓰인 스크래치 타일 역시 당시 유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공간과 1층 기둥부분이 아치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성당 같은 종교시설을 연상케 한다. 관공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긴 샹들리에 조명이 곳곳에 배치된 것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대목이다. 1층 공간의 모서리에는 2단 흰색 몰딩을 배치해 각진 곳이 없게 했다.
곳곳에 있는 벽체문양은 조선총독부를 의미하는 꽃문양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벌어지면서 사라질 뻔 했으나, 장식 기법 중의 하나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그대로 남게 됐다. 조선총독부 건물에 있던 꽃문양은 일제가 ‘자신들의 조선 지배가 영원하기를 비는’ 의미를 담아 만든 것으로, 원래 이름은 ‘연화무늬’ 대신 ‘악의꽃’으로 불렸다.
■충남도청이 왜 대전에?
구 충남도청이 1932년 대전 구도심에 지어진 이유는 바로 당시 대전이 충남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광역시는 지난 1989년 1월 충남 대전시와 대덕군이 통합 및 승격하면서 생겼다. 초기 이름은 ‘대전직할시’였다.
이 건물은 대전의 여러 근대식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알려져 있다. 남북전쟁(6·25전쟁) 이전 지어진 건물 중 보기 드물게 원형이 잘 보존된 편이고, 전쟁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전에 있는 근대 관청 건물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구 충남도청은 6·25와 연관이 깊다. 이 건축물은 일제 치하인 1932년 충남도청으로 지어진 뒤, 전쟁이 발발한 1950년엔 짧게나마 수도 역할을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각료들은 전쟁 시작 이틀만에 서울을 떠나 대구로 피난길에 올랐는데, 대전으로 되돌아왔고, 잠시 이곳을 임시 정부청사로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18호)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일제 치하인 1930년대 당시 충남의 최대 중심지였던 대전 중구에는 이 외에도 대전여중 강당(1937년), 대전형무소 망루(1939년) 등이 남아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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