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29 10:52
[땅집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이른 바 ‘테일 리스크’ (tail risk: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가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정민 무디스 연구원은 지난 22일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공동 주최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내년 한국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다소 약화하지만 영업환경, 자본적정성, 조달 및 유동성, 정부 지원 등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손 연구원은 “이는 올해 초부터 무디스가 보아왔던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중심의 개인 신용대출,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급격한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행들의 부동산 위험노출액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대출을 합산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산출할 경우 전체 은행 대출의 40% 중반 정도에 달한다”며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정부의 강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리스크 수준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약세가 장기화한다거나 지금의 (주택 가격)회복세가 반전되는 경우에는 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 가격과 관련해선 “지난 2004년이나 2009년의 주택 가격 하락기와는 달리 현재는 금리 상승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지난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면, 현재 금리 상승기에서는 그러한 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총괄본부장은 내년 건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3개 업종의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고, 신용등급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특히 건설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로 인해 내년 최대 이슈 업종이 될 것”이라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금리 상승, 공사 원가 상승 등으로 PF 사업성도 저하되면서 이제 우발 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담보 여력과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져 유동성 대응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에는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위기가 상위 건설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건설업종 내 신용 하향 압력은 여전히 높고 유동성이 약화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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